8일 보도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이 전국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확인한 친박 진영 내에선 “그동안 너무 안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현장을 더 많이 찾겠다며 신발 끈을 동여매는 모습이나 전략적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 박근혜 대세론 50대 이상과 충청도 흔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구도에선 20, 30대 이하, 호남, 인천·경기에서 열세를 보였다. 그동안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이전의 대세론과 다르다는 근거로 이들 열세 연령과 열세 지역에서의 높은 지지율을 들어왔다.
게다가 4월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박 전 대표의 공고한 지지 기반인 50대 이상과 충청, 영남 지역도 흔들리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50대 이상의 박 전 대표 지지율은 37.3%로 4월 조사(48.2%)에 비해 10.9%포인트 빠졌다. 30대(12.3%포인트 하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대전·충청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9%로 4월 조사 때 55.9%에 비해 25%포인트나 빠졌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도 10%포인트 이상 빠졌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KRC) 이사는 “대구·경북, 충청 지역은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강하지만 이들 지역 역시 대안 인물이 나오면서 지지율이 변화하는 기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신비주의적 행보가 문제
친박 진영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신드롬’이 박 전 대표에겐 예방주사라고들 말하는데, 예방주사를 맞고도 뇌염에 걸려 죽는 경우가 있다”며 “철저한 내부 성찰과 점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친박 진영 내에서는 매사 부자 몸조심하듯 해오던 행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른 관계자는 “신비주의적인 것처럼 비치는 행보, 정책 콘텐츠가 꽉 채워지지 않은 듯한 이미지를 적극 불식시킬 때가 됐다”며 “특히 안 원장의 장점으로 비치는 미래지향적 정책 비전 제시, 젊은층과의 격의 없는 소통 방식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기여도가 더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 전 대표는 18대 국회 들어 의원총회나 당 연찬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한 친박계 수도권 의원은 “안철수 돌풍의 본질은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이라며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심각한 만큼 박 전 대표도 이대로 당을 방치하면 총선, 대선 모두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여건만 마련된다면 박 전 대표가 이번 10·26 보궐선거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당내 편가르기식 행태로 구태 정치의 이미지를 주는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을 놓고 “누구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얘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데 대한 지적이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후보가 나오기를 희망하는 것이지 특정 인물을 두고 누구는 되고 안 되고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일부 친박계 의원의 아전인수격 행태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박근혜, “앞으로 현장을 자주 다닐 것”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자주 다니려고 그런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와의 비공개 접촉에 주력하고 국민과의 소통은 트위터나 미니홈피 등 온라인을 통해 하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본격적인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북콘서트’를 벤치마킹한 소통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전날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반문해 표현상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지나가는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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