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가 13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야권 단일 후보의 무게중심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급속히 기울고 있다. 벌써 ‘박원순 대세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한명숙 불출마, 왜?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석패한 한 전 총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당내 3선 이상 중진 10여 명은 사실상 당 후보 추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직후 한 전 총리가 박 변호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3자 회동을 하고 야권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한 전 총리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의 한 인사는 “재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도 진행 중이고 여러 사정상 애초부터 출마 생각이 크진 않았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10월 초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박 변호사의 지지율이 안 원장과의 단일화 효과에 힘입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게 한 전 총리 주변의 설명이다.
한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박 변호사의 인연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교수는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가게’를 시작할 때 이사로 참여해 2002년부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국회에서 박 변호사를 만나 입당을 권유했다. 정치권에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박 변호사가 민주당 입당을 고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선거전이 여야 일대일 구도로 전개될 경우 당의 조직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도 손 대표와의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혼자 선거판에서 또는 그 이후라도 서울시장을 책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당내에선 그가 야권 통합 후보로 선출된 뒤 입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통합 후보가 2번을 달고 나오지 않으면 선거는 이기기 어렵다”며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 때 유시민(국민참여당 후보)이 단일 후보가 돼 졌던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박 변호사를 입당시켜야 한다”고 했다.
○ 김빠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야권은 이미 ‘선(先) 정당 후보 선출, 후(後) 통합경선’의 투 트랙 방식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통합경선은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일인 다음 달 6일 이전에 실시할 계획이다. 민주당 자체 경선은 14, 15일 후보등록을 거쳐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25일 실시된다.
한 전 총리의 불출마로 민주당 경선은 천정배 최고위원과 한 전 총리 불출마의 경우에 대비해 물밑 작업을 해온 박영선, 원혜영 의원, 신계륜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다자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명숙 카드’가 사라지면서 경선이 흥행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 안풍 이어져
서울신문이 추석 연휴 기간인 12일 여론조사 기관인 ‘여의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46.1%)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44.3%)가 박빙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바람’을 일으킨 진원지가 안 원장이라는 점으로 볼 때 이른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추석 연휴에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풍의 향배가 서울시장 보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 조사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나경원 의원이나 김황식 국무총리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서울시장 양자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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