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출한 것으로 보이는 일가족 등 9명을 태운 목선이 13일 오전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노토(能登) 반도 앞바다에서 발견돼 가나자와(金澤) 항에서 일본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한국행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오전 7시 26분 낯선 배가 항해하고 있다는 어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성인 남성과 여성 각각 3명, 어린이 3명이 타고 있는 목선을 발견했다. 책임자라고 밝힌 남성은 “우리는 가족 친척 사이로 한국으로 가기 위해 8일 오전 청진을 떠났으며 나는 군부 소속이다”고 밝혔다.
약 8m 길이의 목선 뱃머리 오른쪽에는 ‘ㅈ-동-’으로 시작되는 식별부호가 적혀 있었다. 북한은 과거 ㄱ ㄴ ㄷ 순으로 각 도의 차량 선박 등을 구별했는데 ‘ㅈ’은 함경북도를 나타낸다. 배에는 출력이 작은 엔진이 달려있고 출발당시 180L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연료(경유)는 60L로 줄어든 상태였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구명조끼는 없었다. 배 안에는 소량의 쌀과 김치가 있었고 30L짜리 물통은 빈 상태였다. 일본 전문가들은 “청진에서 노토 반도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750km이며 가을 해류를 탈 경우 약 일주일이면 노토 반도로 흘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13일 “과거의 예를 참고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아오모리(靑森) 현 후카우라(深浦) 항에 표류해온 탈북자 일가족 4명을 당사자들의 희망대로 2주 만에 한국에 보낸 예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탈출한 것은 1987년 김만철 씨 일가와 2007년 일가족 4명에 이어 세 번째다. 세 차례 모두 청진에서 출발했으며 일본까지 오는 데 김 씨 일가는 닷새, 일가족 4명은 엿새, 이번 경우는 닷새 걸렸다. 북한 동북단 지역인 청진에는 수천 척의 목선이 있는데 8∼10월은 오징어잡이철이라 모든 배들이 바다에 나가기 때문에 경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