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는 2012년까지 431개 위원회를 371개로 정비하겠다는 내용의 ‘2010년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6월 현재 60개를 줄이겠다던 위원회는 오히려 68개가 늘어난 499개로 집계돼 500개를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13일 행안부에서 입수한 ‘2011년 정부위원회 현황’ 자료에서 확인됐다.
대통령 임기 말이면 나타나는 ‘위원회 공화국’의 행태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368개였던 위원회 수는 임기가 끝나던 2008년 2월 579개로 늘어났다. 특히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4월부터 10개월 동안 163개의 위원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연내 305개 위원회를 정비하겠다고 하는 등 계속해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의지를 밝혀왔다. 목표에는 미흡했지만 위원회 수는 지난해 6월 431개로 줄었다. 그러나 임기 후반기에 이르면서 위원회가 급속도로 늘어나 ‘도로 위원회 공화국’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위원회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위원회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후 신설된 위원회는 30개로, 폐지된 위원회 11개보다 많으며 지난해 8월 발표 당시 폐지하고 다른 위원회와 통폐합하겠다고 밝힌 16개 위원회 중 9개가 아직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 감사를 지낸 한 인사는 “감시의 눈초리가 적어지면 정부 기관은 출신 식구 챙기기를 위해 위원회를 늘리는 게 기본 속성”이라며 “임기 말로 갈수록 정부는 방만해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정권 차원에서 임기 내 못다 준 자리를 주기 위해 보은 인사 차원에서 위원회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6월 국민경제대책회의 겸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1년에 한 번 회의하는 위원회라면 만들지 마라”며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가 41개나 있다는 말을 듣고 “총리실이 위원회 집합소도 아니고…”라고 질타하며 “위원회를 만들어 매달 체크하는 것 아니면 만들지 마라”고 요구했다.
▼ “자리 챙기기 기승 부리는게 레임덕 특징” ▼
그러나 지난해 위원회별 회의 실적을 살펴본 결과 1년에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가 수두룩했다. 전체 499개 위원회(2011년 신설 13개 포함) 중 출석 회의를 기준으로 본회의나 분과회의 등 지난해에 회의를 5번 이하로 개최한 위원회가 370개로 전체의 74.1%를 차지했다. 이 중 회의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가 186개로 전체의 37.3%나 됐다. 출석 회의를 21회 이상 개최한 위원회는 44개로 8.8%에 그쳤다.
심지어 정부가 지난해 7월 이후 신설한 30개 위원회 중에서도 서해5도지원위원회, 천체관측장비설치심의회, 친수구역조성위원회 등 21개의 위원회가 신설 이후 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회의 실적이 없는 영상진흥회의, 특정외래품심사위원회, 청산위원회 등 3개 위원회와 아예 위원조차 위촉하지 않은 게임산업진흥심사위원회, 정책광고운영협의회 등 9개 위원회를 9월에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위원회 정비 법률이 국회의 미진한 상임위 활동으로 처리되지 못해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의원은 “임기 말일수록 위원회가 늘어나는 것이 현 정권의 권력 누수 현상이 아닌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위원회가 많은 만큼 철저한 위원회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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