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에 고농도 오수만 흘러들도록 해 하수처리 효율을 높이겠다며 지난 10년 동안 11조4000억 원이나 투입한 정부의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실효성 없이 예산만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하수관을 빗물관과 오수관으로 분리해 빗물과 지하수는 하천으로, 오수는 하수처리장으로 각각 배출하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기존의 ‘합류식’ 하수관에는 처리가 필요 없는 빗물까지 오수와 함께 유입돼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일이 잦다고 보고 ‘분류식’ 하수관으로 바꾸고 있다. 2001년 한강수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전국에 33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16일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에게 제출한 ‘지방자치단체별 하수처리장 수질 실태’에 따르면 정비사업 이후에도 하수처리장의 운영 효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비가 오면 여전히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에 빗물이 함께 유입돼 하수처리장의 수질이 불규칙했다. 또 처리용량을 넘는 하수가 유입돼 일부는 처리하지 못한 채 하천이나 바다에 방류했다.
빗물을 분리하면 처리장에 들어오는 오수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1일 유입량의 편차가 컸다. 장마철에는 더 극심했다. 하루 1300t을 처리할 수 있는 북면하수처리장의 경우 지난해 7월 하루 최대 7482t이 유입됐다. 청평하수처리장은 처리용량 6200t을 훌쩍 넘는 최대 2만1145t이 흘러들어 왔다. 장맛비가 오수관으로 침투한 결과다.
고농도 오수만 흘러들게 하겠다는 계획은 ‘말짱 도루묵’이었다. 처리 이후의 배출수(L당 10∼20mg)보다 더 깨끗한 ‘맹물’도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왔다. 담양하수처리장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L당 155mg 이상인 오수의 유입이 목표지만 지난해 3월 유입 수질이 L당 8mg에서 167mg까지로 천차만별이었다. 경남 최대 규모인 마산하수처리장도 지난해 7월 유입 수질이 L당 31.5mg에서 251.7mg으로 불규칙했다.
환경부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진행하며 민간사업자의 ‘성과보증제도’를 도입했다. 공사 뒤 빗물이나 지하수의 유입량과 목표수질 기준을 내걸고 책임지게 한 것이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대거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서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하수관은 압력관이 아니라서 합류식이든 분류식이든 쉽게 깨지고 휘어져 빗물, 지하수가 스며들 수밖에 없다. 계획 자체가 잘못 됐다”며 “결국 대형 건설사의 ‘배 불리기’만 한 만큼 2020년까지 20조 원 추가 투입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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