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선 22일 “이석연 변호사의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 때문에 당이 곤혹스러운 실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꼬리’(이 변호사)가 ‘몸통’(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 변호사를 당으로 영입해 나경원 최고위원과 경선을 붙여 흥행몰이를 할 계산이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야권의 유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조건을 갖춰 나 최고위원보다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이 15일 이 변호사를 만나 진지하게 영입 제의를 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이 변호사가 “한나라당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보수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등 자체 몸집불리기에 나서자 범여권의 분열 우려가 나오는 것.
이 변호사는 전날 저녁 참모들과 만나 선거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 출마 노선을 걸으며 지지율을 높이고 한나라당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당 안팎에선 “이 변호사가 끝내 독자 출마할 경우 당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 지도부가 유력한 후보를 추대하다가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걸 보고 낮춰 보는 듯한 반응도 있다. 지도부의 전략과 언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면 ‘박근혜 위원장’으로 조기선대위 체제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런 비판론에 대해 “이 변호사와 (단일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고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 성급하게 (보수 후보 분열 및 책임론에 대해) 얘기를 할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여러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드라마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23일(경선 후보등록 마지막 날)과 다음 달 6∼7일(선관위 후보등록)을 1, 2차 마지노선으로 잡고 이 변호사와 보수시민단체 세력에 대한 다각적인 물밑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김충환 의원은 22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으며 나 최고위원은 23일 후보등록을 할 예정이다. 나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굉장히 어려운 선거다. 당에서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고, 홍준표 대표는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일이라고 본다. 당에서 한목소리로 도우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강서구 개화동의 버스공영 차고지를 찾아 시민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 변호사와) 같이 얘기해 봤으면 좋겠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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