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9·6 단일화 선언’ 이후 형성된 박원순 변호사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독주체제가 기성 정치권의 반격에 다소 주춤거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가 25, 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그동안 박 변호사의 행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여야 정치권이 각 당 후보를 결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인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여기엔 박 변호사에 대한 정치권의 각종 검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각각 범여권, 범야권 후보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나 최고위원(44.0%)과 박 변호사(45.6%) 간의 양자 대결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양자 대결이 아닌 여야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선 나 최고위원(34.1%)이 박 변호사(32.2%)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특히 서울시민들의 거주 지역, 직업 등에 따라 지지층이 분명히 나뉘었다.
서울 지역을 △강북 서 △강북 동 △강남 서 △강남 등 4구역(표 참조)으로 분류했을 때 나 최고위원은 강남과 강북 서에서, 박 변호사는 강북 동과 강남 서에서 우위를 보였다. 강남구 서초구가 있는 강남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고, 강북 서는 강북권 중 다수의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다. 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도 강북 서에 해당한다. 반면 박 변호사는 강북 동과 강남 서 등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에서 나 최고위원을 앞섰다.
직업별로는 나 최고위원이 주부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고 박 변호사는 사무직 종사자 등 화이트칼라,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에 따른 ‘충성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나 최고위원 지지율은 77.3%였고, 민주당 지지자 중 박 변호사를 찍겠다는 서울시민은 78.2%로 나타났다. 결국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기존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여야 간 전면전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나 최고위원(49.9%)이 박영선 의원(38.9%)을 11.0%포인트 앞선 여성 간 양자 대결에서도 거주지역 간 지지율 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다만 나 최고위원은 박 변호사보다 우위를 보인 강북 서, 강남은 물론이고 박 변호사에게 뒤졌던 강남 서에서도 오차범위에서 박 의원을 이겼다. 강남 서는 박 의원의 지역구(서울 구로을)가 포함된 곳이다. 정당별 지지도는 한나라당 성향의 시민 중에서 나 최고위원 지지율이 83.3%,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박 의원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76.9%였다.
한편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후보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는 야권 후보로 누가 나서든 서울 시내 4개 구역에서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후보’끼리 맞붙을 경우 보수 측의 이 변호사(25.9%)는 진보 측의 박 변호사(57.6%)에게 크게 밀렸다. 이 변호사(27.6%)는 박 의원(54.3%)과의 대결에서도 한참 뒤졌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이 변호사에 대한 ‘충성도’는 나 최고위원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박 변호사와의 양자대결에서 한나라당 지지자 중 이 변호사를 찍겠다는 응답은 46.4%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박 변호사를 찍겠다는 응답은 86.0%로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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