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이석연 변호사가 출마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변호사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비용 선거운동 방침을 밝히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보수 시민사회세력을 대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이석연 변호사가 낮은 지지율에 출마 포기를 포함한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오늘(27일자)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낮은 지지율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자신이 시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 이석연 “이번 주내 거취 결정… 마음 비웠다” ▼
이 변호사는 “내가 순진했고 나를 과대평가한 것 같다”며 “나를 추대한 분들과 상의해 시간을 끌지 않고 이번 주 내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예비후보자 등록을 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연기했다. 다만, 그는 “끝까지 완주해서 정치세력화해야
한다는 주변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나에게 범여권 후보를 양보한다고 해도 이처럼 낮은
지지도로는 받을 수도 없다”며 “주변에서는 이 정도면 잘 나온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출마 선언 직후 여론조사가 아닌 오늘 여론조사
결과는 유의미하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지지도가 갑자기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25,
26일 실시한 동아일보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26.4%의 지지를 받아 박원순 변호사(55.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일각에서 ‘열흘 만에 접으려면 왜 나왔느냐’는 지적도 하겠지만 나 스스로도 출마 당시 착각한 측면이 있다. 내가 그만둬도
총선, 대선까지 시민사회세력의 정치세력화는 계속 필요하며 제가 밀알이 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선 “정치는 대중의 착시현상을 먹고산다는데 그걸 몰랐다”며 “더 일찍 준비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으로부터 ‘TV토론을 벌이며 붐업을 시킨 뒤 후보 등록(10월 6일) 직전 단일화를 이뤄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런 ‘쇼’는 내 소신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의 모양 갖추기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출마
배경에 대해 “박원순 변호사가 출마한 게 출마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박 변호사의 등장으로 야권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나도 시민사회 출신으로 범여권의 바람을 일으킬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출마 제의를 받았을 때 나의 첫마디는 ‘내가 한나라당에 들어가면 한나라당도 죽고 나도 죽는다’였다”며 “당이
내게 출마를 제의하면서 경선 룰도 바꿔주고 TV토론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 때문에 룰을 바꾸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거부했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단일화 대가로 내년 총선에서 자리를 내락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그는 “나를 모욕하는 말이며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일은 맹세컨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때 천정배, 신기남, 유선호 의원과 더불어 구체적인 지역구까지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중도를 지향하는 헌법주의자”라며 “나를 추대한 보수세력과도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도 중시한다. 보수는 전자, 진보는 후자만을
강조하는데 둘 다 지켜야 할 가치”라며 “보수 일각으로부터 ‘위장 보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식한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편협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해 “솔직히 야당 경선에서 박 변호사가 승리해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치실험이 성공하길 바란다”며 “기존 정치권이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안철수 열풍이 올 수 있고 그때의
파괴력은 쓰나미와 같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에 대해선 “수도 이전에 대한 가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입장,
시민운동의 방법론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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