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보수시민사회세력 대표로 나섰던 이석연 변호사는 28일 “개인적으로 불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추대했던 보수단체 대표 ‘8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다. 이 변호사는 29일 최종 불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 효과를 낼 틈도 없이 이 변호사가 후보 등록(10월 6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관측이 나온다. 우선 스스로 밝힌 것처럼 27일자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의 낮은 지지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본보 보도 후 기자와 만나 “동아일보의 여론조사는 시점과 신뢰도상 유의미한 결과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시점을 일주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이 더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단일화 쇼’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불출마 결심을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변호사는 “TV 토론을 하면 나를 알릴 수 있겠지만 단일화를 위한 쇼로 비칠 것”이라며 “나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을 후보 단일화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듯하다.
자신을 후보로 추대한 단체들과의 내부 갈등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중도 성향의 헌법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반면 8인회의 멤버 중엔 강경 보수 성향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그는 23일 “예산 낭비를 줄이면 무상급식을 확대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모임 내부에서 강한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4일 인명진 목사를 만난 것을 두고 “위장 보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비판까지 쏟아지자 크게 낙담했다는 후문이다.
막대한 선거비용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 변호사의 한 측근은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박원순 변호사의 경우 기부 모금의 경험이 많지만 이 변호사는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위한 기탁금 1000만 원은 추대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지만 그가 선거비용으로 쓰겠다고 밝힌 법정 선거비용의 10분의 1(3억8000만 원)을 마련할 방법은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박원순 펀드 방식도 고려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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