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79)의 동생 재우 씨(76)의 주식 배당금 37억 원을 추징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29일 “노 전 대통령이 재우 씨에게 맡긴 대여금 채권 120억 원 가운데 재우 씨 소유 오로라씨에스(구 미락냉장) 주식 배당금 37억 원을 국고에 귀속시켰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으로 기소돼 1997년 2628억여 원을 추징한다는 취지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부는 이어 199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소유 비자금 일부가 동생 재우 씨에게 건너간 자금의 흐름을 포착하고 재우 씨를 상대로 “노 전 대통령 집권기간에 받은 120억 원을 비롯해 교부받은 자금 일체를 돌려 달라”는 추심금 청구소송을 냈다. 2001년 9월 당시 서울고법 민사18부 김능환 재판장(현 대법관)은 “노 전 대통령이 동생에게 돈을 보관하고 잘 관리하라고 시킨 것은 필요할 때 이를 되돌려 달라는 뜻인 ‘소비임치’에 해당한다”며 “재우 씨는 국가에 12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채권소멸시효(10년)가 지난 70억 원도 환수할 수 있다고 판결해 주목을 받았다. 재판부는 △대통령 취임 직전인 1988년 1월 정치자금 일부인 70억 원을 건네며 잘 관리하라고 한 점 △재우 씨 친구에게서 받은 50억 원을 다시 재우 씨에게 맡긴 점 △대통령 재임 중 명절과 휴가 생일 집안제사 때 건네준 돈 5억 원 △1994년 10월 대구 동구 지묘동 팔공보성아파트 분양대금 4억7900만 원 등을 건넨 점 등을 인정했다.
정부가 재우 씨의 주식 배당금을 압류하고 추심하던 2008년 10월 노 전 대통령은 “국가가 내 동생을 상대로 압류, 추심한 재산 가운데 일부는 내 돈”이라며 강제집행정지 신청과 동시에 국가를 상대로 제3자 이의 소송을 냈다. 집행정지 인용 결정이 나면서 강제집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사건 본안 소송은 2009년 2월 한 차례 변론기일이 열렸으나 그 후 관련된 사건 판결 선고 결과 확인 등을 위해 변론기일이 미뤄져오다 올해 7월 6일 노 전 대통령 측이 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2008년 4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으로 만든 회사를 되찾기 위해 회사 임원인 동생 재우 씨와 조카를 상대로 주주확인 청구 소송을 내는 등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비자금 소유권과 관련된 소송을 거듭해 왔다.
소송을 취하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추징금 납부를 성실하게 하면서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되고자 하는 뜻을 피력했던 점과 부정적인 소송 전망, 병원 입·퇴원을 거듭하는 최근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올 4월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 입·퇴원을 반복 중이다. 폐에서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침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전체 추징금 2628억 원 가운데 2382억 원가량을 납부했다.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현재 533억여 원을 납부했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해 10월 11일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300만 원을 납부해 세간의 의혹을 사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징금 환수 전담반을 구성해 추징금 미납자들의 은닉 재산 등을 추적하고 있지만 추징납부 의무가 있음을 보여주는 입증 책임 부담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법제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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