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변호사 불출마 선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보수 진영 시민후보로 나섰던 이석연 변호사(왼쪽)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모자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거운 표정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45호. ‘끝장 토론’에 나온 범(汎)보수 시민사회 대표들은 그동안 쌓인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과 서운함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은 이들을 달래느라 쩔쩔맸다. 제도권 보수정당과 재야보수의 시각차도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0년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 손을 잡았다가 정작 이명박 정부 탄생 후에는 멀어졌던 양측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연대’가 불발로 끝난 후에야 다급하게 모인 것이다.
이갑산 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오늘 싸우러 왔다. 조국을 구하려고 나선 노병의 심정으로 시민후보를 냈는데 (이석연 변호사의 사퇴로) 비장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도 세 가지 죄를 지었다. 수도 이전이란 정책 아닌 정책을 막지 못하고 일부 찬성했다. 무상급식의 빗장이 열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4년 전 집권했을 때 실용이란 이름으로 가치와 정책을 버리고 국민 여망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를 거론하면서 “개성에 먼저 갈 게 아니라 (신 씨의 남편인) 오길남 박사를 먼저 만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대표냐, 그냥 (북한에) 잘 보이려고 하는 대표냐”고 비판했다.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도 “당 대표로서 대북원칙을 앞장서서 망가뜨린 것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홍 대표는 이에 “개성공단은 남북관계를 영원히 단절시키지 않는 마지막 끈이기에 이번 방문은 ‘워킹 비즈니스’ 실무 방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재교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한나라당은 ‘짝퉁’ 민주당, 짝퉁 민주노동당이나 다름없다. 두 정당을 흉내 내는 ‘미투(me too)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임헌조 선진통일연합 공동대표는 “세간엔 홍 대표가 한나라당 마지막 대표가 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정당으로서의 용도가 끝났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 정책 등에 대해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특별히 힘들어하는 서민과 중산층 보호를 앞세울 수밖에 없는 집권여당으로서의 고민도 헤아려 달라”고 설득했다.
명목은 ‘끝장 토론’이었지만 2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한국 보수 세력이 위기에서 탈출할 뾰족한 답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인 이헌 변호사는 “이런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쓴소리’ 들은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토론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높였다고 보고 ‘후보연대’가 아닌 ‘가치연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 대비하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