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시차 착각… 韓-中시차 반영 안해 정보유출자 잘못 지목
② 실수 은폐… 뒤늦게 황당실수 파악하고도 최근까지 숨겨
③ 의혹 외면… 총영사관서 컴퓨터 무단파기 했어도 모르쇠
‘상하이 스캔들’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파견됐던 정부 합동조사단이 상하이와 한국의 시차를 착각하는 어이없는 실수로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법무부 출신 H 전 영사 대신에 다른 영사를 정보 유출 당사자로 지목했던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특히 국무총리실은 뒤늦게 이런 실수를 깨달은 뒤 정보가 유출됐던 시간에 H 전 영사의 컴퓨터가 로그온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최근까지 이를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H 전 영사의 컴퓨터는 사표 제출 이틀 전이자 이 사건에 대한 총리실의 비공개 감사 기간이었던 2월 21일 파기됐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은 3월 조사 당시 외교통상부 내부 통신망에 있는 영사관 직원의 신상정보가 외부에 유출된 시간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5시 56분이라고 파악했다. 정보는 화면을 캡처한 형태로 유출돼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사진) 씨에게 흘러들어 갔다. 상하이 총영사관 직원은 합동조사단 관계자에게 “직원의 개인정보가 다 들어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유출 시간에 유일하게 로그온돼 있던 J 영사를 장본인으로 지목했고 J 영사는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J 영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징계위원회에서 ‘불문’ 처분을 받았다.
조사가 끝나갈 무렵 조사단은 황당한 실수를 깨달았다. 유출 시간인 오후 5시 56분이 한국 시간이었던 것이다. 상하이는 한국보다 1시간이 늦다. 즉 상하이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4시 56분에 자료가 유출됐다. 이 시간 영사관에서는 J 영사뿐 아니라 2명이 더 접속해 있었다. 덩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사건의 핵심 인물 H 전 영사가 포함돼 있었던 것.
덩 씨와의 관계로 볼 때 H 전 영사의 컴퓨터에서 정보가 유출됐다고 볼 정황이 확보된 셈이다. ▼ 총리실 단순스캔들로 사건축소 의혹 ▼
총리실 관계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H 전 영사가 유출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H 전 영사가 유출 혐의자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이 조사단은 H 전 영사가 2월 사표를 냈고 컴퓨터가 이미 파기됐다는 이유로 H 전 영사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H 전 영사가 덩 씨와의 관계가 알려져 지난해 11월 영사관을 떠났고 영사관이 2월 H 전 영사의 컴퓨터뿐 아니라 다른 컴퓨터들도 노후를 이유로 함께 파기했기 때문에 유출을 숨기려는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4월 국무총리실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례적인 재물 교체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상하이 총영사관은 외교부 본부에 교체를 위한 ‘불용 처분 승인 요청’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2009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상하이 총영사관으로부터 전산장비에 대한 불용 처분 승인 요청을 받은 바 없고 따라서 불용 처분을 승인한 바도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해외 공관이 200달러 이상의 비품을 파기할 때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와 장본인을 찾아내는 것이 조사의 핵심이었음에도 조사단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이 정보 유출 문제를 축소하고 단순 스캔들로 몰아가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총리실이 처음부터 단순한 공직기강 해이로 결론 내리기 위해 사건을 축소, 왜곡했다는 의혹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상하이 스캔들 ::
중국 상하이 한국총영사관 일부 외교관이 수년간 중국 여성 덩신밍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내부 정보를 유출한 의혹이 제기돼 정부 합동조사가 이뤄졌다. 조사단은 정보 유출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 채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김정기 당시 상하이 총영사는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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