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야권 후보들은 단일화 경선을 하루 앞둔 2일 마지막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날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경선에서 상대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엔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발언 놓고 재격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의원은 토론회에서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에서 무효표가 18만 표 나왔다. 당시 단일 후보(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민주당 지지층을 완전히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박 변호사는 “어느 한 후보의 선거가 아니다. 한배를 탄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박 변호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언을 둘러싸고 재격돌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TV토론회에서 박 의원은 “박 변호사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탄핵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공세를 펼쳐 이 발언의 진위를 놓고 한 차례 설전이 벌어졌었다.
박 변호사가 먼저 “(나는) 분명히 ‘국회가 권한을 남용해 국민들의 저항이 있었다’고 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은 서울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을 가하자 박 의원은 “당시 열린우리당과 진보진영의 간절함에도 박 변호사는 양비론을 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내용을 읽어보면 그런 투가 아니다. 저는 당시 ‘탄핵무효국민행동의 공동대표’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앞서 박 변호사는 1일 공개된 인터넷 라디오 정치 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에서 시민단체 재직 중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 푼도 개인적으로 먹은 돈이 없고 불투명하게 사용한 일도 없다. 비리나 잘못한 게 있다면 아마 구치소로 실려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앞서 박 의원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서울 청계산 입구에서 등산객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박 의원은 이어 영등포 중앙당사로 이동해 △1조 원 규모의 ‘서울젊은이펀드’ 조성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시 등 10대 핵심공약을 발표하며 ‘정책통’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열세에서 출발해 대역전의 기적을 만들었듯이 저도 1000만 서울시민의 열망을 담아 대역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시민후보’를 자처한 박 변호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환경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 박영선 뒤집기냐, 박원순 굳히기냐
‘박영선의 뒤집기’냐 ‘박원순의 굳히기’냐를 둘러싸고 양측은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고 있다. 통합 경선은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3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30%), 시민참여경선(40%)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일단 지난달 30일 밤에 공개된 배심원 평가에서는 박 변호사가 54.4%로 박영선 후보(44.1%)보다 10.3%포인트 앞서며 기선을 잡았다.
양측은 3일 오전 7시∼오후 7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실시되는 시민참여경선이 승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야권 통합후보 경선관리위원회는 1일 낮 12시까지 6만384명의 선거인단 신청을 받았고, 이들 가운데 실제 선거에 참여할 선거인단 3만 명을 선정했다.
3일 시민참여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연설은 이뤄지지 않는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당내 경선이 아니고, 소속 정당이 다른 두 후보가 시민들을 상대로 정견 발표를 하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단일 후보가 확정된 뒤에도 후보 수락연설은 이뤄지지 않는다. 단일 후보는 기자회견의 형식으로 승리 소감과 공약, 서울시에 대한 비전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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