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해 표류하다 일본 근해에서 구조된 탈북자 9명이 4일 한국에 도착했다. 탈북자 중 한 명은 자신이 백남운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손자라고 주장해 관계당국이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남성 3명, 여성 3명, 어린이 3명인 이들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후쿠오카발 대한항공 KE788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관계당국은 선글라스와 마스크, 후드 등으로 이들의 얼굴을 가렸으며 취재진과의 질의응답도 갖지 않은 채 곧바로 경기 시흥시의 정부합동신문센터로 옮겼다.
이들은 몇몇이 배낭과 쇼핑백 등을 가지고 있었을 뿐 대부분 단출한 차림새였다. 이들은 입국장 바로 옆 통로를 통해 공항 귀빈주차장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던 소형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현장 관계자는 “어린이 1명이 기내에서 구토를 했으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다들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일본에서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한일 양국 정부도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막판까지 입국 비행기 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 주변에서는 양국 당국이 이들의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말경 입국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최대 6개월 동안 합동신문센터에서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경위 등을 조사받은 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센터(하나원)로 옮겨져 3개월 동안 적응훈련을 받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탈북자 중 한 명이 백남운의 손자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며 “향후 조사과정에서 진위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백남운은 전북 고창 출신의 경제사학자로 1947년 월북한 뒤 교육상과 과학원 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한국의 국회의장에 해당한다.
지난달 8일 8m 크기의 목선을 타고 북한을 출발한 이들 탈북자는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앞바다에서 표류하던 중 13일 일본 해상보안청에 발견됐다. 이후 나가사키(長崎)의 입국관리센터로 옮겨져 조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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