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속 공무원 A 씨는 2009∼2010년 중국 모 대학에서 연수를 받던 중 ‘부친 건강 악화’ ‘치과 진료’ 등을 이유로 6차례에 걸쳐 입국해 46일간 국내에서 머물렀다. 그는 국내 체류 기간에 18차례나 카지노에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서울시에 A 씨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2007년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친을 간병하기 위해 6개월여 휴직했던 대전시교육청 소속 공무원 B 씨는 휴직 기간 중 63차례 강원랜드에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 사실을 대전시교육청에 통보하고 적정한 처분을 하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와 핑계를 대고 카지노에 상습적으로 출입한 공직자들이 감사원에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최근 4년간 평일에 20차례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공직자 중 회계담당, 5급 이상 간부, 안전관리 분야 담당자 등 465명에 대해 중점 감사를 벌였다. 이 중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등 복무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100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188명은 비위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감사원에 적발된 공직자 중에는 불법 도박을 단속해야 할 경찰관 23명과 검찰 수사관 1명이 포함돼 있다. 경기도의 한 소방서장 등 소방·가스 등 안전관리 분야 근무자 11명도 많게는 79차례나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드러나 재난재해 대비에 허점을 드러냈다.
교수와 교사들도 카지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대 교수 C 씨는 2009년 4월∼2010년 11월 무단결근을 하거나 근무시간 중 학교를 무단으로 벗어나 카지노에서 도박을 25차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의 모 고등학교 교장은 2009년 10월 “전국체전을 참관하러 대전에 간다”고 학교를 떠난 뒤 강원랜드로 가는 등 32차례나 카지노를 출입했다. 이 밖에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국세청, 국민권익위원회, 해군, 국사편찬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의 공직자들이 적발됐다.
일부 공직자는 업무 관련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보급 간부는 폐기물 처리업자로부터 1200만 원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파견 나간 기관의 법인카드를 ‘카드깡’해 현금 8500여만 원을 만들어 도박한 것으로 밝혀져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팀장급 간부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건설사 현장소장과 22차례나 함께 카지노에 출입하고 210만 원을 받아 게임비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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