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만나 “DJ 업적 가슴에 새길 것” 야권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왼쪽)가 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가 6일 오전 9시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손학규 대표와 회동한다. 박 변호사 측 송호창 대변인은 5일 “선거대책본부 구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며, 입당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오후 4시경 박 변호사가 손 대표의 사퇴 철회 소식을 전해 듣고 직접 손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 주변에선 그가 무소속으로 선거전을 치르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손 대표가 사퇴를 철회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함께 힘을 뭉쳐야 한다는 의지가 강화됐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민주당 입당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민주당 입당 여부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7일까지 보고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딱 부러지게 서둘러 무소속 출마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입당했을 때와 무소속일 때의 장단점이 팽팽하게 갈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에 입당해 ‘기호 2번’을 달고 나설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란 ‘바람’이 제1야당의 ‘조직’을 타고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거꾸로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정치적 순수성’ ‘참신함’이 퇴색될 수 있다.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엔 그 반대의 장단점이 팽팽하게 양립한다.
박 변호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원순닷컴(www.wonsoon.com)’에는 지지자들이 자유게시판에 민주당 입당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엇갈려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그의 입당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입당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원기 임채정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은 4일 박 변호사를 만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얻은 투표율 25.7%를 거론하며 “흔들리지 않을 25.7%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조직력을 업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영환 의원은 “더 이상 민주당의 입당을 구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이날 여성 관련 행사에 잇달아 참석해 여심(女心) 잡기에 주력했다.
오전엔 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창립 5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저는 대한민국 최초로 성희롱 사건(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제기해 승소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살림정치 여성행동’ 창립식에서는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여성정책 추진을 당부하자 “사실은 제가 여성이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한 단체가 아름다운가게 앞에 와서 ‘박원순이란 년 나와라’, 이랬대요”라고 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오후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김 전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를 5, 6차례 방문했던 것을 소개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여러 업적과 철학을 가슴에 새기고 정책이나 원칙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지난달 17일) 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김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했다. 이 여사는 “사회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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