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고쳐 매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철회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일각에선 “사퇴로써 당내 신임을 확인한 또 다른 승부수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대표직은 유지했지만 잃은 게 너무 많다”는 평가가 많다.
손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된 직후부터 ‘야권 통합 후보’ ‘원샷 경선’을 거론하고 박원순 변호사를 접촉했다가 “대표가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선 직전에는 박 변호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경선 직후 ‘후보도 못 내는 불임정당’이란 비판이 나오자 사퇴를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해 ‘오락가락 행보의 결정판’이란 비판이 나온다.
○ “선거 승리 헌신 黨명령 따르겠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반 사퇴 철회 기자간담회를 열어 “저의 사퇴 결심은 뼈저린 자기성찰을 통해 당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 승리와 민주진보 진영 통합을 위해 당에 헌신하라는 명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퇴 번복에 따른 비판을 의식한 듯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뜻을 뒤집는 것이 제가 가진 신념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했다”며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중대한 과오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지를 묻는 데 대해선 “저와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고, 박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당원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변호사의 입당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사퇴 의사를 번복한 것은 “지금 사퇴하면 경선 불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 65명(전체 87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은 손 대표의 경기 성남시 분당 집을 찾아가 이 같은 결과를 보고했고, 손 대표는 마음을 돌렸다.
박 변호사 측은 손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4일 민주당 의원들을 접촉해 “선거공조 파기가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말려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 “노무현식 ‘양위 파동’도 아니고…”
피상적으로만 보면 손 대표는 이번 일로 사실상 소속 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받았다. 야권 통합 경선 패배 이후 제기될 가능성이 높았던 책임론을 사전에 제압하는 효과도 거뒀다. 손 대표 주변 일각에선 “사퇴란 승부수를 던져 당내 비주류의 불만을 선제 제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한 의원은 “불리하면 ‘그만두겠다’고 협박해 재신임을 받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그쳐야지…”라며 “의총은 손 대표의 리더십을 존중해서 손 대표를 붙잡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대다수가 임기를 2개월 남긴 손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라는 ‘큰 판’을 앞두고 사표를 던진 게 무책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은 “손 대표의 ‘1박 2일’은 한마디로 해프닝”이라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정치권이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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