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가 손바닥 뒤집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민주당 의총 ‘철회’ 결의하자 손학규 하루만에 사퇴 번복

넥타이 고쳐 매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철회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넥타이 고쳐 매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철회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일각에선 “사퇴로써 당내 신임을 확인한 또 다른 승부수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대표직은 유지했지만 잃은 게 너무 많다”는 평가가 많다.

손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된 직후부터 ‘야권 통합 후보’ ‘원샷 경선’을 거론하고 박원순 변호사를 접촉했다가 “대표가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선 직전에는 박 변호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경선 직후 ‘후보도 못 내는 불임정당’이란 비판이 나오자 사퇴를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해 ‘오락가락 행보의 결정판’이란 비판이 나온다.

○ “선거 승리 헌신 黨명령 따르겠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반 사퇴 철회 기자간담회를 열어 “저의 사퇴 결심은 뼈저린 자기성찰을 통해 당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 승리와 민주진보 진영 통합을 위해 당에 헌신하라는 명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퇴 번복에 따른 비판을 의식한 듯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뜻을 뒤집는 것이 제가 가진 신념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했다”며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중대한 과오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지를 묻는 데 대해선 “저와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고, 박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당원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변호사의 입당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사퇴 의사를 번복한 것은 “지금 사퇴하면 경선 불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 65명(전체 87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은 손 대표의 경기 성남시 분당 집을 찾아가 이 같은 결과를 보고했고, 손 대표는 마음을 돌렸다.

박 변호사 측은 손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4일 민주당 의원들을 접촉해 “선거공조 파기가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말려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 “노무현식 ‘양위 파동’도 아니고…”

피상적으로만 보면 손 대표는 이번 일로 사실상 소속 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받았다. 야권 통합 경선 패배 이후 제기될 가능성이 높았던 책임론을 사전에 제압하는 효과도 거뒀다. 손 대표 주변 일각에선 “사퇴란 승부수를 던져 당내 비주류의 불만을 선제 제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한 의원은 “불리하면 ‘그만두겠다’고 협박해 재신임을 받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그쳐야지…”라며 “의총은 손 대표의 리더십을 존중해서 손 대표를 붙잡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대다수가 임기를 2개월 남긴 손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라는 ‘큰 판’을 앞두고 사표를 던진 게 무책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은 “손 대표의 ‘1박 2일’은 한마디로 해프닝”이라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정치권이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