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D-16]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공약 검증 리포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지역별 맞춤형 전월세… “공급 늘리려면 최소 2년”

《 한나라당 나경원,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지난주 후보 등록에 이어 9일 주요 공약을 발표하면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두 후보는 “내가 서울시정의 적임자”라며 주택, 복지, 교육 핵심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공약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이들이 제시한 정책공약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검증해 봤다. 》

① 비강남권 재건축 연한 완화

나 후보는 비(非)강남권 민심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재건축 연한 완화를 공약으로 내놨다. 1985∼1991년 준공된 노원 도봉 강서 구로 등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해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재건축 연한을 최소 20년으로 정하고 있고, 서울시 조례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이용 고도화 측면에서 재건축 연한의 탄력적 운영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서민의 고통이 컸던 ‘제2의 뉴타운’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 기준을 지역별로 규제하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재건축이) 안 되는 지역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② 3년간 교육예산 1조 원 투입


나 후보는 교육환경 개선에 3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육관, 도서관, 교실 등 학교별로 편차가 있는 ‘교육 하드웨어’를 먼저 손보겠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며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한 ‘맞불’ 전략이다. 또 어르신 인력을 활용한 ‘등하교 안전도우미’를 도입하고, 학교당 2명인 학교보안관을 3명으로 늘리겠다고 내걸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내용이 빈약할 뿐 아니라 조금도 새롭지 않다”며 “안전에만 집중해 교육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인프라 개선은 구태의연한 공약”이라며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③ 365일 24시간 안심보육 ‘맘드림’

나 후보는 대표 보육 공약으로 0∼2세 영아 전용 어린이집 확대를 제시했다.

시범실시 중인 영아 전용 국공립 어린이집을 2014년까지 25개 자치구별 평균 4곳씩 늘려 100곳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육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이유다.

아울러 2014년까지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현재 5곳에서 25곳으로, 시간연장형 어린이집도 현재 1126곳에서 1530곳으로 늘려 ‘맞춤형 보육’을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맞춤형 시설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할 경우 교사 임금, 시설 유지비 등이 만만치 않아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④ ‘북새통 시장’ 만들어 소상공인 지원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처럼 사람이 북적댈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1대학-1시장, 1기업-1시장 후원 △전통시장 문화센터 도입 △공동배송 서비스 100개 확충 등이 있다. 위기에 처한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해 특별자금 300억 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또 1자치구 1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립해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봉현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새로운 내용이 없는 데다 서울시 예산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중앙정부와의 매칭펀드 등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별자금에 대해 “정부의 ‘나들가게 사업(골목 슈퍼마켓 현대화 사업)’과 같은 시설 지원이나 경영컨설팅 등 간접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⑤ 건강 서울 위한 생활체육 지원

나 후보는 건강한 서울시를 위한 공약으로 생활체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자치구마다 체육센터 2곳을 건립해 2014년까지 현재 39곳인 체육센터를 5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생활체육 동호인이 공공체육시설을 사용할 경우 사용료를 감면해주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체육시설 예약, 건강관리법, 날씨 등의 정보를 종합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해 ‘생활체육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오상덕 한양대 체육대학장은 “관련 시설 건립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 것”이라며 “구청별로 관련 예산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서민층 생활체육 활성화의 경우 최근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⑥ 장애인 홀로서기 지원

나 후보는 사회적 약자 가운데 장애인의 자립·자활 대책에 공을 들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시설 거주 장애인 중 자립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3단계 주거 독립 프로그램이다. ‘체험홈→자립생활가정시설→전세주택’ 등에 일정기간 거주하며 자립을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80%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중대형 직업재활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80%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눈여겨볼 만하다”면서도 “전반적으로 기존 정책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은 정채결정자의 진정성과 의지가 중요하다. 서울시의 재정 밸런스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⑦ 전월세 해법, 지역별 맞춤형으로

중형 아파트 평수의 전세불안이 높은 강남권은 아파트 재건축 시기를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재건축 시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조정분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비강남권은 소형생활주택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프트(장기전세) 등 임대주택을 2014년까지 5만 채, 2020년까지 30만 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전월세난은 공급 부족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며 “부동산의 특성상 공급을 늘리려면 2∼3년의 시간이 걸기 때문에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약은 현행 서울시 계획보다 물량이 큰 만큼 투자를 더 많이 해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⑧ 취업·창업 기회 확대로 청년실업 해소

나 후보는 서울 곳곳의 자투리 땅 10만 평을 확보해 청년 창업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취업 기회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직업훈련기관 학점교류제 등 직업훈련 업그레이드 방안을 제시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종합 창업지원센터를 마련해 정보기술(IT) 등 젊은층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의 소규모 창업을 집중 지원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창업 정책은 수요자에 대한 ‘토털 케어’가 필요하다”며 “창업의 성공 조건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측면이 도외시됐다”고 평가했다.
⑨ 서울시민 누려야 할 생활복지기준선

나 후보는 서울시민이라면 누려야 할 ‘생활복지기준선’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구의 재정여건에 따라 복지 혜택이 저마다 다른 만큼 복지기준선에 못 미치는 지역은 자치구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서울시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장애인, 홀몸노인, 저소득층 가정 등을 위한 ‘최저생활기준선’도 만들어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시민의 복지기준선에 따른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재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장에서는 전시성 ‘반짝 지원’에 그쳤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문제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⑩ 2014년까지 ‘알뜰살림’으로 부채 절반

나 후보는 ‘알뜰 살림’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당시 늘어난 부채를 2014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시와 투자기관 부채 규모는 7조8900억 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4조 원 이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목·행사성 사업의 구조조정 및 축소 △지방소비세 수입과 종료 사업으로 인한 재정 여유분을 부채 상환에 투입 △추진 중인 사업의 시기 조정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불가능할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또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에 대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적 판단 문제로 서울시의 의지대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서울시장 후보 정책검증팀 ::


▽정치부
김기현 이승헌 윤완준 홍수영 기자
▽사회부
노인호 김재홍 이진석 박재명 강경석 기자
▽교육복지부
이진한 남윤서 기자
▽경제부
문병기 정임수 기자
▽산업부
임우선 김상운 기자

:: 공약 검증 전문가 20명 ::

강양석 홍익대 도시공학전공 교수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오상덕 한양대 체육대학장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조봉현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천병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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