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D-14]“박원순 후보, 줄곧 정치 비판하다 정당과 결탁 순수성 잃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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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보 인터뷰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의 선거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제 국민들도 여성이 시장을 하고, 여성이 대통령을 하는 대한민국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의 선거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제 국민들도 여성이 시장을 하고, 여성이 대통령을 하는 대한민국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11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해 “정책도 살아온 과정도 모두 모호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박 후보가) 희망제작소에서 정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말을 들어 기대했는데 공약 내용을 보니 시장으로서 미리 준비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판세에 대해선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어제부터 우리가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이미 며칠 전에 역전한 것으로 나왔다”며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바람’과 박 후보의 선전을 ‘가짜 변화’로 규정했다. 구체적 근거는 뭔가?

“시민단체는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박 후보는 그동안 낙천·낙선운동 등을 통해 줄곧 정치를 비판해 온 분 아닌가. 그런 분이 기성 정당과 손잡고, 자리를 나누고, 권력을 나누는 것이 ‘가짜 변화’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정치를 비판하고 정당정치를 불신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책임 있는 정당정치에서 나온다. 또 시민단체가 정치권력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그 순수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야권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 10년 평가라고 강조한다.

“지난 이명박-오세훈 시장에 대한 공과 과를 함께 봐야 한다. 전시행정, 소통부족 등 비판할 점도 물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시장을 거치면서 서울의 브랜드 가치와 도시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갔다. 야당이 거꾸로 돌릴 것 같아 걱정스럽다. 시장 선거는 미래 비전을 보는 건데 심판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

―숨은 야권 성향 표가 있어 한나라당 후보는 실제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보다 더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는 추이가 중요한데, 박 후보는 범야권 후보 단일화의 ‘컨벤션 효과’ 이후 떨어지고 있고 우리는 올라가는 추세다. 최근 임의번호걸기(RDD) 등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고,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 답변율도 높다. 이번에는 숨어 있는 (야권 성향) 표가 이미 드러나 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체로 나 후보에 대해 여성 지지율보다 남성 지지율이 떨어진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남은 TV토론 등을 통해 저의 정책과 신뢰감을 확인하시면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여성이 시장을 하고 여성이 대통령을 하는 대한민국을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바란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도 그렇지만 나 후보도 20, 30대에서 지지율이 많이 낮다. 젊은이들의 표심을 잡을 전략은 무엇인가.

“젊은 세대와의 소통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겠다. 그리고 혁신의 리더십을 보이겠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에게 전 세계 젊은이가 열광했던 이유는 바로 혁신의 리더십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또 박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도와주기를 바라는가.

“박 전 대표가 나서 지지율 몇 % 올리는 차원이 아니고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이후 모처럼 통합하고 화합해 선거를 치른다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만 의존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박 전 대표의 도움은 선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내년 총선에 서울 중구에서 다시 출마할 것인가. 최고위원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정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다. 이미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사퇴했다. 서울시장이 되면 시정에 전념하기 위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내곡동 사저 논란 등 청와대 등 여권발 악재가 이어진다.

“안타깝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잘해 줬으면 좋겠다.”

―부잣집 딸, 서울대 법대 졸업, 판사 경력 등 모든 걸 갖춘 ‘엄친딸’로 살아온 사람이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사법고시에 여러 번 떨어지면서 좌절도 했고 남모르는 개인적 아픔과 경험도 했다. 저도 직장 여성이었다. 큰아이가 돌이 지나서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났는데 남편은 서울에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야만 했다. 집에 남아 있는 아이를 보러 가기 위해 오후 7시를 넘기면 부장판사는 언제 퇴근하는지 시계만 보면서 발을 동동거렸다. 아이가 아프다거나 문제가 생겼다면 하루 종일 아이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직장 여성들을 위해 보육이나 교육, 안전 문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전 서울시장 후보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오 전 시장이 2006년 후보였을 때도 그런 얘기를 했을 것 같다. 오 전 시장도 변호사, 초선 의원 경험이 전부였다. 저는 판사를 거쳐 재선 의원, 당 대변인, 최고위원 등 정치적으로 치면 지금의 제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더 높지 않나. 뉴질랜드 총리, 영국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을 면담했는데,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도 젊어지고 있다.”

―꼭 아들을 미국으로 조기유학 보냈어야 했나.

“판사 남편이 미국에 연수갈 때 따라간 아들이 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부득이 유학을 시킨 것이다. (국회의원인) 엄마와 (장애가 있는) 누나 때문에 그동안 아들이 많이 양보했다. 아들에게 미안한 측면이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대기업 기부를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업에도 기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발성, 대가성과 용처가 검증돼야 한다.”

―기부를 많이 하는 편인가.

“정치를 시작하고 꾸준히 기부해 오고 있다. 비정기적 기부를 많이 하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1500만 원 정도 했다.”

―박 후보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비현실적 주장이 많다. SH공사의 부채를 줄인다면서 임대주택 건설을 8만 채로 늘린다는 게 대표적이다. 구조조정과 ‘세빛 둥둥섬’ 지분 매각 등인데, 지분을 매각하면 42억 원이 들어온다. 8만 채 지으려면 8조 원이 든다. 서울시내에 8만 채 지을 땅도 없다. 원래 계획은 6만 채 건설인데, 나는 목표를 5만 채로 수정했다. ‘우리가 5만 채라고 하니 박 후보가 8만 채를 들고 나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

―10일 방송토론에서 나 후보가 ‘서울시 부채 계산 방식은 단식부기’라고 하자 박 후보는 ‘정부와 공기업은 복식부기를 쓴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 맞나.

“내 말이 틀린 게 없다. 지방정부의 채무관리는 단식부기로 관리되고 있고, 보고서 발간만 복식부기로 하고 있다.”

―당선 직후 당장 초등학교 5, 6학년 무상급식 지원을 바로 결정해야 하는데….

“소득에 관계없이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 엄마의 마음은 따뜻한 밥, 맛있는 반찬, 질 좋은 반찬을 먹고 오기 바란다. 따뜻한 영양 급식을 먹이기엔 지금 급식시설이 열악하다. 개선하도록 하겠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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