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D-14]똑같이 다운증후군 자녀 둔 나경원-페일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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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나경원 “어려운 곳 먼저 돕자고 하면 복지반대로 비쳐”…페일린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게 맞고 그것이 공정복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1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의 대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제공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1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의 대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제공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공통점이 많다. △보수정당 소속의 △여성 정치인이며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엄마이다. 연배도 비슷하다. 나 후보는 48세, 페일린 전 주지사는 47세다. 이런 두 사람이 11일 만났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 전 주지사가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러 방한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복지정책’ 토론으로 시작됐다. 나 후보는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복지정책을 확장하는 ‘정직한 복지’가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표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시급한 곳, 어려운 곳에 먼저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하면 마치 ‘복지반대론자’인 것처럼 비칠 때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복지정책을 펼칠 때) 재정적으로 충분한 조달을 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게 맞고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정당정치의 위기와 시민사회단체의 약진 현상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2009년부터 세금을 늘려 큰 정부를 구성하는 것에 반대하는 보수 시민운동 ‘티파티’를 주도하고 있다. 나 후보는 “시민단체 출신 서울시장 후보가 나오는 등 기존 정당에서가 아닌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는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당정치와 시민단체 활동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티파티는)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정책결정에 개입하고 책임과 권리를 다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정당이 원칙과 소신을 놓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자식을 둔 ‘엄마 정치인’이라는 공통 화두로 향했다. 페일린 전 지사는 2008년 다섯째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출산했으며, 나 후보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큰딸을 두고 있다.

나 후보는 “엄마는 책임감이 있다. 집안의 가계를 알뜰살뜰하게 꾸리는 것처럼 나라의 살림도 책임감 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세에 빚을 덜 지고 넉넉하게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일린 전 지사도 “엄마들은 슈퍼마켓을 가도 가격이 얼마인지 예산에 맞는지 따진다. 집안에 다툼이 있을 때도 현명하게 해결한다”고 맞장구를 쳤고, 나 후보는 “각국에서 갈등이 첨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갈등 조정은 역시 엄마들이 잘한다. 집안에 싸움이 나도 엄마들이 (수습) 잘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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