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내사(內査) 범위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마련해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법무부와 검찰의 초안은 올해 6월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서 세부 시행방안을 대통령령에 규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경찰이 검찰의 지휘 없이 할 수 있는 내사의 범위는 초기 탐문과 정보 수집으로 제한된다. 경찰이 내사로 범죄 혐의를 인식한 뒤에는 지체 없이 입건을 하도록 했다. 다만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줄 방침이다.
또 참고인에 대한 소환조사나 압수수색영장을 통한 계좌추적은 모두 내사 단계가 아닌 수사 개시 단계로 봐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경찰은 범죄자를 피의자로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 점은 현행과 같다. 그러나 초안은 수사 개시 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입건하는 경우에도 그동안의 조사 기록을 모두 검찰로 보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지금까지 검경은 피의자 입건 전 단계인 △주변인 탐문과 정보 수집 △증거 수집과 계좌추적 등을 위한 압수수색 △참고인 소환조사 등을 수사 관행상 모두 내사로 분류해 왔다. ▼ “경찰, 수사개시 이후엔 검찰지휘 받게” ▼
경찰은 정보 수집과 탐문, 참고인 소환은 검찰의 지휘 없이 실시해 왔고,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을 때에도 종합적인 수사
방향이 아닌 개별 영장의 청구 필요성에 대해서만 검찰에 설명했다. 또 내사 뒤 불입건하거나 심지어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을 진행한
뒤에도 무혐의 내사종결을 할 경우엔 수사기록을 검찰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탐문과 정보 수집, 참고인 조사 등 검찰의 지휘 없이 해온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내사로 명확히 인정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시행령 초안은 기존의 내사를 ‘내사’와 ‘수사 개시’ 두 단계로 분류한 뒤 수사 개시 이후의 수사 과정은
모두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한 것. 특히 공안사범이나 선거사범 등 주요 범죄군에 대해선 수사 개시 단계부터 사전지휘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검찰은 내사의 범위를 줄이고 수사 개시라는 절차를 둠으로써 은밀하게 내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무마시키거나 무리한 입건을 남발해 범죄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의 독자적 수사개시권을
보장하되 모든 수사 단계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가 모두 반영된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수사관행상 탐문부터 계좌추적, 압수수색을 모두 내사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수사해 왔던 경찰의 수사권을 크게 제한하게
돼 경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경찰 고위관계자는 “이는 법무부와 검찰이 일방적으로 마련한 시행령 초안으로
경찰과는 전혀 사전 협의가 없었던 내용”이라며 “형사소송법을 개선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적 결단’을 무시하는 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시행령은 법무부와 검찰 경찰뿐 아니라 국무총리실 등 관계 기관의 조율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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