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가 확정된 부분을 고법에서 무죄로 잘못 판단”
1월 이어 두번째 파기 ‘이례적’… 朴씨 형량 오를 듯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기폭제가 됐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66·사진) 사건이 대법원에서 또다시 파기 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3일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90억 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한 사건에 대해 두 차례나 파기 환송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법원은 올해 1월 박 전 회장의 탈세액을 잘못 계산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이미 유죄가 확정된 부분을 무죄로 잘못 판단했다”며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상고심에서 유무죄 여부가 확정된 부분은 더는 파기환송심에서 다툴 수 없다”며 “박 전 회장이 태광실업 홍콩법인인 APC사에서 차명으로 배당받은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했는데 파기환송심이 이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세금 286억 원을 내지 않고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 등에게 20억 원을 건넨 혐의로 2008년 12월 기소됐다. 이듬해 6월에는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정관계 인사 5명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당초 1심은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300억 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포탈한 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300억 원으로 형을 낮췄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 1월 “포탈한 세금 규모를 너무 높게 계산했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는 박 전 회장의 탈세액을 174억 원으로 계산해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90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기환송심도 일부 판단을 잘못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박 전 회장의 형량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박 전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명 가운데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18명은 유죄가 확정됐다. 김정권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이상철 전 서울시 부시장은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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