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합의 힘드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야는 1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했다. 황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담은 법안, 예산안, 국정 현안 등 여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대화가 주목적이었다.
회동에서 황 원내대표는 “이달 안에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7일 정부와 FTA 반대 단체 간 ‘끝장토론’ 다음 날인 18일까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비준안 처리 절차를 마무리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미 6월 초에 ‘10+2 재재(再再)협상안’을 내놨음에도 답을 주지 않다가 미국이 비준안을 통과시켰다고 우리 국회도 신속히 처리하자는 것은 안 된다”며 이달 내 처리를 반대했다. 그러면서 비준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는 독소 조항 해결 △한미 FTA 체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농축산업에 대한 대책(예산 등)의 법률 보장 △정부가 제정을 결정한 통상절차법을 ‘통상조약의 체결과 이행에 관한 특별법’으로 확대 개편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통상절차법은 통상교섭 과정의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국제법의 규범상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국내법적 규제를 두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17일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FTA 비준안을 이달 안에 처리한 뒤 다음 달에 농축산업 등의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예산 증액을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민주당은 “관련 예산을 먼저 처리하지 않는 정부 여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맞섰다.
외통위원장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쟁점은 외통위의 비준안 처리 시점을 10·26 서울시장 선거 이전에 할 것이냐, 이후에 할 것이냐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FTA 비준안 처리가 시장 선거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그간 고집해온 ‘재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란 어렵다는 현실론이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조건 ‘FTA 비준안 처리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농축산업과 중소상공인, 제약사 등의 피해 대책을 세우고 야당을 설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동철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재재협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그렇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미국과 재재협상을 하지 않고서도 민주당이 요구해온 재재협상안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얘기하더라. 서한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과 투자자 국가소송 제도 무효화 등에 대해 미국 정부에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여야는 이날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감금된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의 조기송환 결의안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촉구 결의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또 최근 영화 ‘도가니’로 논란이 된 장애인 성폭력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도 구성해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새해 예산안은 다음 달 1일까지 예결위원회에 회부해 30일까지 의결하고 법정기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쟁점 현안인 국회선진화법과 국방개혁 법안, 그리고 미디어렙법과 북한인권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 ‘법안처리 6인 소위’를 만들어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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