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상급식 허점, 기부급식으로 보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공짜점심 확대로 質 저하 심각… 학교 지정 기부금 낼 수 있도록”

경남 A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은 최근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애들 급식에 고기반찬 하나씩은 더 먹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 학교 무상급식 범위는 매년 확대돼 현재 소득 하위 70% 학생까지 공짜점심을 먹고 있지만 급식의 질이 해마다 떨어졌고 이에 학부모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있는 충북 B초등학교의 이모 담임교사도 요즘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에게 반찬이나 간식을 좀 더 먹이고 싶다”며 음식 기부 의사를 밝히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 확대로 인한 ‘저질급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 기부급식 추진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저질급식’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부급식’ ‘나눔급식’으로 돌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학부모와 일반인, 단체의 기부금을 받아 각급 학교 급식의 질을 높이는 데 지원하는 이른바 ‘나눔급식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한나라당 소속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법, 조세특례제한법, 기부금품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한나라당은 이 법안들을 11월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당 정책위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실무협의를 하고 정부 동의를 이끌어냈다.   

▼“광역교육청 기부 120%까지 소득공제… 기부금 누가 얼마나 냈는지는 비공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나눔급식법안에 따르면 학부모와 일반인, 법인 및 단체는 전국 16개 광역교육청에 급식을 위한 기부금을 낼 수 있으며 기부액의 110∼120%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급식 대상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광역교육청에 기부를 하되 특정 학교를 지정해서 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청은 지정된 학교에 기부금액의 80%를 우선 할당한다. 학부모가 아닌 일반인과 법인 및 단체는 학교를 지정할 수는 없고 원하는 광역교육청에 기부할 수 있다. 광역교육청은 학부모 기부금 중 지정된 학교에 할당된 80%를 제외한 20%와 일반인 법인 기부금을 갖고 학교 간 급식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적절히 사용한다.

기부금은 모집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기부인의 신상과 기부금액, 기부사실에 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 서울시장 선거쟁점 될까

이 방안은 무상급식 확대에 따른 급식의 질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한나라당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이 16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58곳을 포함해 전국 156개 초등학교가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의 품질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1등급(kg당 1만3509원)을 식재료로 사용하다 올해부터는 급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한우 3등급(kg당 7665원)을 사용하는 사례 등이다.

한나라당이 이 법안을 추진하기로 한 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전략도 깔려 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이란 홍역을 겪은 뒤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전면 무상급식 시행’이라는 권고적 당론을 채택했다. 이에 “전면 무상급식을 저지하기 위해 그렇게 몸살을 겪어 놓고 야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나눔급식 방안을 통해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 주장의 허상도 드러내고 내부 단결도 꾀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나 후보 선대위 상황본부장인 권영진 의원과 이주영 정책위의장,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김성조 위원장은 최근 이 방안을 놓고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나눔급식을 시행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급식재정을 강화할 수 있어 권고적 당론(지자체 사정에 따른 무상급식)의 명분이 서고 동시에 야당의 무책임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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