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또 아수라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 들어와 위원장 자리를 점거했다. 무선 마이크를 들고 회의를 진행하던 남경필 위원장(왼쪽에 서 있는 이)이 위원장석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은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도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외통위원장석을 점거해 무산됐다. 여야는 국회에서 ‘FTA 끝장 토론’을 20∼22일 다시 열기로 했다.
○ MB, “노무현 대통령 높게 평가”
여야 간 표면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처리’라는 조건 아래 한미 FTA 비준에 동의할 뜻을 비쳤다고 한나라당 측은 전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한나라당은 10·26 재·보선 이전에라도 FTA 비준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민주당의 입장을 반영해 ‘선거 후 10월 말’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32개 신문·방송사의 편집·보도국장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한미 FTA를 전 정권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과) 합의했다는 것은 그때 환경이나 정권 성격으로 봐서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장악한 이명박) 정권에서 (한미 FTA를) 매듭짓게 된다면 이것은 앞선 정권에서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협조를 민주당에 우회적으로 거듭 요청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농업분야 지원과 관련해 “야당도 얘기하지만 야당에 앞서 해주겠다”고 했다. 특히 “FTA가 정치적 쟁점이 된 것이 마음 아프다”며 “시행되면 다음 정권에서 톡톡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서 “미국도 여야 합의로 FTA를 비준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면 좋겠다”는 건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 되풀이된 점거 몸싸움
하지만 이날 국회 외통위 회의장에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위원장석 점거를 시작으로 충돌이 이어졌다. 민주당 유선호, 민노당 권영길 강기갑 김선동 홍희덕,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주변 좌석을 함께 점거했고 얼마 후엔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가세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외통위 안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위원장석 앞에 선 채로 마이크를 잡은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위원장은 “이건 정말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도중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반말로 “민노당이 점거나 싸움판 벌이는 것 이외에 한 게 뭐야? FTA가 아니라 미국 반대가 당신들 원하는 것 아니야?”라고 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우리가 미국 ‘꼬붕’이냐. 미국이 처리했다고 우리가 처리해야 하나?”라고 반말로 대꾸한 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처럼 촛불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광우병 사태’가 사기라는 건 이미 드러났다”고 하자 강 의원은 “왜 사기야? 광우병은 눈에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한국 등 3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및 무역조정지원(TAA) 연장법안에 서명하고 로즈가든에서 연설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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