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 위원장이 “(북-러 사이에) 가스관 부설을 비롯해 에너지 부분 협조를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스관 부설과 철도 연결 등 경제협조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두 나라 인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공동인식이 이룩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측은 8월 김 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그동안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가스관 연결사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인터뷰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공화국 정부의 시종일관 입장”이라며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9·19공동성명을 동시행동 원칙으로 이행함으로써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에 대해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입장과 태도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종래 북한의 태도와 다름이 없다. 정부 당국자도 “6자회담 재개에 앞서 핵시설 가동 중단 등 북한이 취해야 할 사전조치가 분명한 상황에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날 북한의 보도를 평가절하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김 주석의 유훈을 거론하며 비핵화 원칙을 거듭 밝힌 점은 주목된다. 특히 24,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미 간 제2차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고, 중국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의 다음 주 남북한 연쇄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주목된다. 일본과는 축구 교류를 주제로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 접촉을 해왔다.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이런 강경한 태도를 표명한 것은 향후 협상 국면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북한의 대외협상 전략에 비춰볼 때 강경한 대외적 입장 표명과 달리 협상 과정에서는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외신 인터뷰는 대외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으로 북-미, 북-일 등 다양한 접촉이 이뤄지는 국면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가려는 뜻”이라며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경제협력 지원을 받아낼 목적 등 다중 포석이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납북자 문제로 인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북-일관계 개선을 새삼 거론한 것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모처럼 외신과 인터뷰를 한 것은 북한이 대외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식량난과 경제난 타개를 위해 대외적 고립을 탈피하고자 하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외신과 서면인터뷰를 한 것은 2001년 7월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한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 2002년 9월 교도통신 사장의 인터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9년 만에 이뤄진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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