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장병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병무청 직원과 여객기 조종사, 공군장교 변호사 교수 의사 교사 등 사회 각계 인사 70여 명이 웹사이트에서 종북(從北)활동을 하다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경찰청 보안국은 19일 북한 매체나 출판물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수집해 인터넷에 올려온 이들을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종북 사이트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와 유사 홈페이지, 개인 웹사이트 등에 이적 표현물을 무더기로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종북 활동자 가운데는 공군장교, 변호사, 의사, 철도청 과장, 교육청 공무원, 대형 건설사 직원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지방의 한 병무청 징병검사과 8급 직원 김모 씨(38)는 200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장군님은 세기를 향도하신다’ 등 북한 찬양 동영상 17건을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앞서 13일 김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북한 관련 서적과 컴퓨터 등을 확보했으며 이를 분석한 뒤 김 씨를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적인 북한을 신봉하는 사람이 징병검사 업무를 통해 장병들의 신상정보 등을 파악해 유출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20년 비행경력의 대한항공 기장 김모 씨(44)는 자신이 개설한 홈페이지 ‘자유에너지개발자그룹(www.sicntoy.com)’에 ‘두 개의 전쟁 전략’ ‘빨갱이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 등 이적 표현물 60여 건을 올린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규정 등 위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노작’ ‘빨치산의 아들’ 등 북한 당국이 발행한 출판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대량으로 입수하기도 했다. 김 씨는 ‘우리민족끼리(www.uriminzokkiri.com)’ 등 북한 선전 사이트에서 해당 원전이 들어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링크해 누리꾼이 600여 건의 북한 원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 원전 한두 건의 일부 내용이 친북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600여 건에 이르는 북한 원전을 통째로 확보해 게시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표면상으로는 완전한 과학 관련 사이트로 위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종북 게시물이 추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씨의 사이트를 폐쇄했다.
항공기 기장은 현행법상 기내에서 승객들을 구금하는 등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김 씨가 승객들을 태운 채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에 대해 출국 및 운항금지 조치를 했다. 경찰은 18일 김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이번에 적발된 종북 활동자의 가장 큰 특징은 직군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검거한 인터넷 안보사범도 전체 360명 가운데 교사가 31명, 군인 7명, 공기업 직원 5명, 교수가 2명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중 상당수는 종북 사이트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회원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회원 수가 한때 7000명을 넘었다. 최근 법정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쳐 구속된 건설업체 직원 황모 씨는 이 사이트 운영자로 활동하며 ‘사령관’이란 호칭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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