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역 앞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앞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20분간 시내를 걷는 등 도보나 지하철을 이용해 시민들을
만나 ‘기호 1번’을 찍어줄 것을 당부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왼쪽사진) 광화문광장에서…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총집중유세에서 모여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부터 잠을 자지 않는 ‘철야유세’를 통해 서울 10개 지역을
누비며 ‘기호 10번’을 외쳤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대한민국 ‘넘버2’ 선출직인 서울시장의 향배가 26일 가려진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000만 서울시민의 시정(市政)을 이끌 새 시장을 뽑는 것 이상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기성 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의 맞대결로 진행되는 선거구도 자체가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집권 여당이며 지난 9년 동안 서울시장직을 이어온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에 맞선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등 야권 정당의 지지도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을 기반으로 출마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50여 년의 전통에 10년의 집권 경험까지 가진 민주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와 각 당의 자체 판단에서 두 후보는 막판까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1995년 첫 민선 서울시장을 뽑기 시작한 이래 비정치권 출신으로 선거에 처음 나선 무소속 후보가 이렇게 선전한 것도 처음이다.
박 후보는 당초 출마의 뜻을 내비쳤을 때 5% 안팎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역시 정치권 밖에 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보 양보 직후 지지율이 50% 안팎으로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정치의 위기’라고 한목소리로 진단했다.
이번 선거는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 구조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사실상 여야 간 ‘일대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이념과 세대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유례없이 격화되면서 혼탁한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한나라당 기치를 내건 진보세력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박 후보의 국가관을 의심하는 보수진영은 나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또 30대는 박 후보를, 50대 이상은 나 후보를 집중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느 쪽 지지자가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오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표로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재·보선 이후 정치 지형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후보를 지원한 안 원장 등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승패와 관계없이 여야 모두 기존의 아날로그 정당 체제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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