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투표 인증샷이 불법? 그럼 마스크 쓰고 올릴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트위터리안, 선관위 조치 조롱
정동영 “과태료 대납” 글 논란… 조국, 노래 제목으로 투표 독려

26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는 자신이 투표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인증샷’ 열기가 고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단순 인증샷은 괜찮지만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를 권유·유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처벌된다”는 지침을 낸 것을 조롱하는 듯한 인증샷도 올라왔다.

앞장선 사람은 2007년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정동영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가 마지막 투표방해 활동에 나섰다”고 주장한 뒤 “인증샷 놀이가 법규에 위배된다고 한다. ‘투표합시다’는 안 되고 ‘투표했습니다’는 되고, 이외수 씨가 투표 독려하는 것은 불법이고, 조수미 씨가 하는 것은 괜찮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가) 투표율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런 일을 한 것 같다”라면서 “만일 투표 인증샷으로 인해 고발이 되면 민주당에서 벌금까지 포함해 커버해 줄 테니 마음 놓고 의사를 표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트위터에 “쫄지 마세요! 만일 과태료 나오면 민주당이 다 부담하기로 오늘 아침 결정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나쁜 투표 거부’를 주장했지만 이날은 트위터에 “(투표율이) 50%를 넘어가면 물구나무서겠슴다!!”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 글을 접한 일부 누리꾼은 “투표 인증샷이 문제가 되어 혹시 과태료를 물더라도 민주당에서 다 내준다고 합니다. 쫄지 말고 인증샷!”이라며 호응했다.

트위터 ID ‘Ani***’는 “할머니랑 투표하고 인증샷∼! 할머니, 여기서 사진 찍고”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할머니와 투표장 앞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혼성그룹 투투 멤버였던 황혜영 씨는 남편이자 민주당 부대변인인 김경록 씨와 함께 인증샷을 올렸다. 만화가 강풀 씨와 배우 김여진 씨 등도 인증샷을 올렸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전날 “저 인증샷 내일 올려도 되나요? 만약 불법이라면 마스크 하고 안경 벗고 올릴게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조국 교수는 다른 방식으로 선관위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멘토단인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를 촉구하는 듯한 글들을 잇달아 올렸다. 조 교수는 오전 10시 29분 “이적의 ‘다행이다’를 모두에게 바친다”라는 글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링크한 것을 시작으로 “들국화의 ‘행진’을 모두에게 바친다” “드렁큰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를 모두에게 바친다” “김광석의 ‘일어나’를 모두에게 바친다” 등의 글을 연속해서 올렸다. 11시 13분에는 “마지막으로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를 모두에게 바친다”는 글과 함께 촛불시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링크했다. 조 교수의 글들에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선관위 제재를 피해 노래 릴레이로 의사 표시를 하시는 조국 교수님, 정말 짱이야∼”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박 후보의 멘토단에 속한 사람이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곧 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선거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누구든 선거일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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