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내놓은 첫 메시지는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는 것이었다. 또 “정부는 낮은 자세로 민생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말도 했다.
박정하 대변인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뒤 참모들은 △젊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정책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보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핵심 참모는 “11월에 가시적인 변화가 느껴지도록 청와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자 청와대는 말을 잃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패배를 계기로 인사를 포함해 국정을 총괄해 온 임 실장이 책임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주변에선 임 실장 퇴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임 실장의 2인자 역할이 지속되는 동안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 옛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일찌감치 비주류의 길을 걸은 소장파에서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온 데다 임 실장이 자신의 옛 지역구인 4·27 분당을 보궐선거 때 암묵적으로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의 공천을 지원하는 등 부담요인이 축적돼 왔다.
임 실장은 당장 청와대를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러시아와 프랑스 방문을 포함해 11월 전반부에만 2차례 해외 방문 일정이 잡혀 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예산심사도 31일 잡혀 있다.
그 대신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참모들이 청와대를 떠나는 형식으로 금명간 부분적인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의 고민은 이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 인적 개편을 한다고 민심의 흐름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국정의 초점이 젊은 층 경제난 해소에 맞춰지더라도 구직, 주택 마련, 자녀교육 등 젊은 세대의 어려움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부터 ‘공정사회’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했지만 ‘불통 정권’ 이미지가 여전하다. 젊은이들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대통령=자기 말만 하는 사람’ ‘안철수=우리 사정을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등식도 부담스럽다. 또 젊은이들에게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반칙과 특권세력으로 각인된 마당에 이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자기 재산 330억 원을 기부하고 대기업 총수들을 수차례 만나 ‘하청업체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살펴 달라’고 간청한 사실을 아는 국민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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