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 이후 당의 변화와 쇄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생현장에서 메시지를 던지고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당의 변화를 견인하는 방식이다. 박 전 대표는 현 지도부를 존중하는 만큼 당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물러서 있지 않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복지’를 화두로 던진 뒤 법안을 내고 정책을 밝히며 한나라당의 ‘친서민 행보’에 물꼬를 튼 것은 ‘박근혜식 당 선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쇄신 방향으로 꺼낸 화두는 ‘수첩정치’다. 그의 ‘수첩’은 듣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들은 것을 실천한다는 ‘약속과 책임정치’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친박계는 박 전 대표가 당의 변화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선거 마지막 날 나경원 후보에게 시민들의 건의사항을 담은 수첩을 전달하고, 최근 개설한 페이스북의 대화명을 ‘수첩공주’라고 정한 것은 이런 고민 끝에 나왔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인적 쇄신이나 조기 총선체제 전환을 말하기에 앞서 당 지도부가 모두 거리로 나가 2040세대가 왜 등을 돌렸는지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스스로도 성난 2040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행보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 ‘수첩공주’(사진)는 박 전 대표가 운영해온 미니홈피나 트위터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은 간헐적으로 정돈된 메시지만을 남겼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이벤트를 벌이고 각종 은어나 이모티콘도 사용한다. 11월부터 특강 요청에도 응하며 젊은층과의 접촉을 넓혀갈 계획이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특강에 나선 적이 없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10·26 재·보궐선거 등으로 인해 미뤄뒀던 정책 행보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국회에서 ‘국민 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박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을 선보인다.
한편 정두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그동안 ‘부자 몸조심’해 온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부자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박 전 대표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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