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끝장토론, 野 거부로 무산 30일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끝장토론에 야당 측 토론자들이 ‘방송사 생방송 불발’ 등을 이유로 불참하자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와 한나라당, 민주당은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에 따른 농축수산업과 중소상공인 피해보전 대책 마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여야정 협의체가 의견을 모은 것이다. 최대 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문제와 관련해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여야정 합의문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 여야정, 피해보전 합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막판 심야 회동을 갖고 피해보전 대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민주당 소속인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 외통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여야 6인 회동에서는 농축산업과 관련해 피해보전 직불제 발동요건 완화, 밭 농업 및 수산 직불제 시행, 농사용 전기료 적용 대상·장비 확대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다. 피해보전 직불제의 경우 민주당은 농어민 소득이 기존의 85%로 떨어졌을 때 지원하도록 돼 있는 요건을 90% 수준이면 지원해 주도록 조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던 1∼3항에 대해 정부가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피해보전 대책은 초안까지 A4 용지 6∼7장 분량으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측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통화를 연결해주며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6인 심야회동 ‘직불제 요건 완화’ 등 3개 쟁점 타결▼
이에 앞서 정부와 청와대는 29일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세 가지 분야는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농어촌·축산 분야 지원은 당이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당정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수립하기로 추가 합의했다.
정부는 회동에서 “한미 FTA의 내년 1월 1일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10월 31일까지 비준안을 처리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한나라당은 일단 민주당과 막판 협상을 벌인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ISD 끝장토론회 불발
하지만 여야는 이날 ISD 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었다. 김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자동차와 개성공단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면서 ISD를 내줬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에서는 양보만 하고 얻은 게 없는 만큼 경제에 가장 큰 해독을 미칠 ISD부터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ISD 조항을 삭제하면 야5당 합의를 통해 FTA 비준안을 처리해 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ISD가 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협정의 원안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도 포함된 일반적인 조항”이라고 맞섰다. 황 원내대표는 제3의 중재기구 별도 설치 등 다양한 보완 대책을 제시하며 막판 협상 타결에 나섰지만 견해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야정이 이날 개최하려던 ISD 끝장토론도 무산됐다. 야당 측 토론자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정부의 31일 처리 요구와 방송사 생중계 불발을 문제 삼아 불참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당정청이 31일까지 강행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토론이 진지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정 최고위원을 ‘민노당 의원’으로 부르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이 정 최고위원 등의 불참으로 무산된 사실을 파악하고 회의장에서 나오다 무산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가 그랬어요? 민노당 정동영 의원요?”라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이 민노당 측과 보조를 맞추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 국회 충돌 가능성 여전
여야가 ISD와 관련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FTA 비준안 국회 처리를 놓고 정면충돌할 소지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구체적 처리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기류가 대세다. 황 원내대표는 30일 “예산안 등 산적한 일정이 많기 때문에 11월 중순까지 마냥 끌고 갈수는 없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선 다음 달 1일 FTA 비준안을 외통위에서 의결한 뒤 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국회 강행처리 결사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는 30일 잇달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재협상을 주장한 데 이어 31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결의를 다지고, 야5당 합동의총도 개최해 야권의 응집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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