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외교부… 5~7급 직원 54%가 최하위 등급-평가 불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김성환 장관 “실력 안되면 해외공관 못가게”

외교통상부가 최근 실시한 직원들의 자체 영어 능력평가에서 최하위 등급 및 등급 미취득자의 비율이 실무직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5∼7급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능력평가(텝스·TEPS) 성적을 자체 기준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한 결과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거나 아예 시험을 치지 않은 등급 미취득자를 합친 비율은 절반이 넘는 54.3%에 달했다. 외교부 영어능력평가는 텝스(5급 공무원 이하)나 자체 영어회화와 작문시험(4급 이상)을 통해 이뤄진다.

5등급은 ‘문장구조와 어휘상의 잘못이 대화에 방해를 초래하거나 단어, 철자의 오류가 빈번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외교부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3등급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전체 영어시험 응시자 중 8.9%, 올해 상반기 14.3%에 이어 이번에 17.3%로 늘었다. 그러나 막상 실무를 맡는 5∼7급 직원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영어실력 미달자가 절반 이상이어서 외국어 능력의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 결과를 보고받고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적정 등급을 딸 때까지 해외공관에 못 나가게 하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어학능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외교부 장관이 직원들의 영어 실력을 문제 삼아 강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해외공관에서의 잇단 공직기강 해이 사건에 대해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밝힌 김 장관이 이제 직원들의 실력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 다자회의에서 한국 외교관은 입이 무겁다’는 국제 외교가의 조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번역문에서만 300곳 가까운 오류가 발견돼 망신을 당한 것도 김 장관의 지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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