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처리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18시 45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2일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전격 상정했으나, 처리에는 이르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의 전체회의장 점거로 인해 이날 회의는 소회의실에서 열렸으며,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오후 2시께 한ㆍ미 FTA 비준안을 상정했다.

남 위원장은 이날 외교통상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치자마자 구두로 "한ㆍ미FTA 비준안을 상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야당 의원들은 위원장석으로 몰려나와 남 위원장을 제지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한나라당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한ㆍ미 FTA 비준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하자"고압박했으며, 야당 의원들은 "날치기하면 이완용이 된다"고 항의하며 격한 논쟁을 이어갔다.

상정 직후 한나라당 의원은 남 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에 이르는 등 의결정족수를 넘겼으며, 민주당 정동영 유선호 최재성 최규성 의원 등은 위원장을 에워싼 채처리 가능성을 차단했다.

여야 간 대대적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자 남 위원장은 오후 2시30분 정회를 선언했고, 남 위원장과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야 의원들은 지도부와의 긴밀한 전화접촉을 갖고 조율을 시도했다.

정회가 이어지는 동안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협상을 갖고 외통위 대치상황 및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조율에 착수했다.

양당 원내대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외통위에서의 충돌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으며, 오후 6시 회의를 속개한 남 위원장은 "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라"고 성토했다.

다만 남 위원장은 "물리적 충돌없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처리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했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3일) 본회의까지는 외통위 회의를 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ㆍ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4시간여 계속된 여야의 일촉즉발 대치는 일단락됐다.

당초 산회를 선포할 경우 점거를 풀 것으로 알려졌던 야당은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감안해 전체회의장에서 철야 점거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날 비준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3일 본회의에서의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장의 비준안 직권상정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자칫 본회의장에서의 대대적 몸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한ㆍ미 FTA 정국 긴장감은 고조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외통위 여야 대치 과정에서 야당 당직자 및 보좌진과 국회 경위 간 회의장 진입 문제 등을 놓고 수차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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