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주 직권상정 요청” vs 손학규 “내년 총선때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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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 FTA대치 장기전 돌입

“누구시죠? 비켜주세요” 한나라당 소속의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4일 외통위 소회의실 앞을 점거하고 있는 야당 소속 
보좌관과 비서관들에게 “누구신데 이렇게 문 앞을 불법으로 막고 있느냐. 국회 경위를 동원하기 전에 자리를 비켜 달라”고 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누구시죠? 비켜주세요” 한나라당 소속의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4일 외통위 소회의실 앞을 점거하고 있는 야당 소속 보좌관과 비서관들에게 “누구신데 이렇게 문 앞을 불법으로 막고 있느냐. 국회 경위를 동원하기 전에 자리를 비켜 달라”고 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내년 총·대선과 야권 통합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실은 4일 야당 의원들에게 닷새째 점거돼 있고 민주당은 거리로 나섰다.

한나라당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여전히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강경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물리적 충돌의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야는 우호적 민심을 얻기 위한 막판 여론전에 치중하고 있다.

○ 직권상정으로 기운 여권

한나라당은 다음 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한미 FTA 비준안의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통위 전체회의실이 야당 의원들에게 점거돼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처리가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그렇다고 계속 손을 놓고 있지는 않겠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본회의는 10일과 24일에 예정돼 있다. 하지만 3일 본회의를 취소하면서 휴회를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회의 날짜를 지정해 의원들에게 통보하면 10일 이전에도 언제든 본회의를 열 수 있다.

본회의에 앞서 외통위에서 다시 한 번 비준안 처리가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계속 이런 (대치) 상황이 온다면 민주적 절차와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한미 FTA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못 지키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 내 ‘국회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원모임’ 소속 의원 21명의 고민이 깊다. 이 모임은 원래 22명이었으나 신상진 의원은 탈퇴했다. 이 모임 소속 김세연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준안 처리에 물리력을 동원하면 2004년 탄핵 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FTA 비준안 처리에 앞장서라고 최근 외통위로 상임위를 바꿨는데 탄핵 상황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를 만나 “이 세상에 소수가 다수한테 이기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미국이 (FTA 비준안을) 처리했으니 한국도 처리해야 한다. (한미 양국)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 거리로 나선 야권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한미 FTA 저지 홍보활동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한미 FTA의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재재협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손 대표는 국민투표라는 ‘깜짝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 때 한미 FTA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 얘기다.

우리 헌법은 헌법 개정이나 외교, 국방, 통일, 대한민국의 존립에 직접 영향을 주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비준안 처리는 국회의 업무인 만큼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FTA 비준안이 국민투표 요건인 ‘국가의 안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진화에 나섰다.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론이 아니다”며 “손 대표의 주장은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강행 처리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민주당의 제안은 미국과 바로 재협상에 착수하든지, 내년 총선에서 이긴 정당이 재량권을 갖고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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