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인사검증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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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김용덕 대법관 후보, 골프회원권 4개중 3개 작년에 팔아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 및 박보영(50·16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각각 7일과 8일 실시된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을 기초로 현장 취재 등을 거쳐 두 후보자가 보유한 재산을 분석했다. 또 두 사람이 판사 시절 내놓은 주요 판결을 대법원 판결문 검색서비스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검색서비스(KINDS) 등을 이용해 찾은 뒤 판결 성향과 요지 등을 분석했다.

김 후보자가 자신과 배우자가 소유했던 골프회원권 4개 가운데 3개를 지난해 잇달아 매각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대법관 후보자가 고가의 골프회원권을 4개나 사고판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가 소유한 서울 중구 오장동의 3층 규모 상가 건물.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가 소유한 서울 중구 오장동의 3층 규모 상가 건물.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회에 제출된 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재산공개에서 본인(3개)과 부인 탁모 씨(51·1개) 명의로 골프회원권 4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자신 명의로 양주CC(근영농산㈜) 회원권(신고가격 6650만 원)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2009년 6월과 7월 프린스틴밸리CC(㈜평산투자개발)와 옥스필드CC(㈜한일개발) 회원권 등 2개를 실거래가로 각각 5억811만 원(신고가격 4억5000만 원), 9900만 원(신고가격 동일)에 추가로 매입했다고 지난해 4월 신고했다. 당시 부인 탁 씨도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주중·신고가격 4050만 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김 후보자는 부인이 회원권을 소유한 사실을 2006년 재산신고 때부터 공개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부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주중)을 6350만 원에, 7월에는 본인 소유의 양주CC 회원권을 8550만 원에 각각 매각했다. 또 12월에는 본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을 2억9700만 원에 팔았다. 본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은 사들인 지 1년여 만에 매입한 가격보다 2억1111만 원이나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기 전 골프회원권을 서둘러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08년에 상속받은 부동산을 팔고 받은 돈이 있어 기존 회원권을 팔고 인터넷 부킹이 가능한 골프회원권으로 바꾸려고 했다”며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을 매입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옥스필드CC 회원권도 소개받아 구입한 뒤 기존 회원권을 차례로 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2009년부터 회원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옥스필드CC 개장이 늦어지는 바람에 다른 회원권을 바로 팔지 못했다”며 “실제 골프를 치려고 한 것이지 재산을 늘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아파트와 건물, 예금, 골프회원권을 포함해 36억2000만 원이다. 김 후보자와 함께 대법관 후보에 오른 박보영 후보자는 임야와 전답, 예금 등을 합쳐 6억64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판결-변호사 활동으로 본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金 “업무상 재해, 근로자의 입증책임 경감”


1982∼87년 원진레이온 기술관리부에서 일하다 퇴직한 김모 씨는 2007년부터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렸다. 갑자기 다리가 굳어 걷기가 힘들어지고 몸의 균형감각도 잃어버렸다. 2008년 병원에서 다계통위축증(소뇌위축증) 판정을 받은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승인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원진레이온은 1980년대에 근로자 수백 명의 이황화탄소 중독사태를 불러온 곳이지만 김 씨의 병이 이황화탄소 중독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낸 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6월 죽음을 맞았다.

1심은 김 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는 이를 뒤집었다. 김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발병원인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유해성 등에 대해선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며 “근로자의 작업환경을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게 배려해 줄 사회적 책무를 지닌 사업주와 국가가 전혀 다른 발병원인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올해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후보자가 26년간 법관으로 일하며 내놓은 판결 및 결정문은 소액심판 사건과 경매항고 사건 등을 포함해 약 3만 건. 특히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민사지법 초임판사로 일하던 1985년 김 후보자는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굴과 꼬막을 캐며 생계를 이어가던 영세 어민들이 광양제철소 공장용지 조성공사로 피해를 본 사건에서 어민 491명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어민 수백 명의 주장을 일일이 검토하고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느라 변론을 종결하고도 3개월에 걸쳐 판결문을 작성한 일화는 법원 안팎에서 유명하다. 또 한국에 들어와 반(反)미얀마 정부 활동을 벌이던 미얀마 근로자 8명과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의 난민지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도 판결 곳곳에 나타난다. 김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장지중 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좋지 않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학생들은 교명에 대해 학습자로서 권리를 가지지만 교명 지정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히로뽕을 투여한 피고인에게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공소장에 기재된 일시, 장소에서 마약을 투여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된다면 양성반응만으로 유죄판결을 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 朴 “매맞는 아내 보호해야” 여성 권익 대변 ▼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50·사법연수원 16기)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가사사건을 맡아 여성 피해자들에게 치료 상담을 받게 하거나 소송보다 중재를 시도하게 하는 등 공익적 활동을 펼쳐 왔다. 남편을 살해한 여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1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당시 피고인 측 변호인이었던 박 후보자는 피고인이 남편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징역 4년의 감형을 이끌어냈다.

판사 시절에는 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이 저지른 범죄 사건에서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판결을 내렸다. 술을 마신 남성으로부터 욕설과 구타를 당한 여성이 샌들을 벗어 남성의 머리를 때리는 바람에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는 항소심 주심 판사를 맡아 “구타를 당해 대항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행위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이상한 변호사’로 통한다. 박 후보자는 사건을 바로 수임하는 법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 당사자들이 법정까지 가기 전에 가능하면 합의를 통해 다툼을 마무리하도록 최대한 설득했다. 대법관 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9월 말 박 후보자를 찾아 그렇게 한 배경을 물었다. 당시 그는 “이혼소송 당사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법률 비용은 최대한 절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사건을 맡긴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임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올 1월 가사소송을 위해 변호사인 박 후보자를 찾았던 A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A 씨는 “변호사라면 돈을 위해 사건 수임에 적극적인 것이 당연한데 박 변호사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당시 박 후보자가 A 씨에게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니 사건을 문서로 좀 정리해서 보여 달라”고 해 A 씨가 직접 정리한 서류를 가지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박 변호사는 법률용어를 좀 보태고 문장을 몇 군데 다듬고는 “잘 쓰셨으니 그대로 법원에 제출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A 씨는 “박 변호사에게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박 변호사는 ‘제가 제출하면 수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함께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박 후보자와 김용덕 후보자는 인연이 남다르다. 김 후보자가 1985년 서울민사지법에서 초임 판사로 근무할 때 박 후보자는 같은 재판부에서 시보 생활을 했다.

인사검증팀=▽사회부 최창봉 유성열 전지성 이서현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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