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식 정태근 구상찬 의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권이 ‘쇄신 소용돌이’에 빠졌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공개 요구하자 다른 의원들이 비판하고 나섰고, 당청 갈등이 증폭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폐지안’을 제기하자 반대 의견도 나왔다.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의원들에게 보내 서명운동에 돌입한 구상찬 김성식 김세연 신성범 정태근 의원 등 5명의 초선 의원은 자신들을 포함해 총 25명의 서명을 받았다. 정 의원은 6일 청와대로 들어가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이 서한을 전달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처럼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과 과를 함께 짊어지고 가겠다”고 전제한 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점, 내곡동 사저 문제, 성장 지표뿐만 아니라 서민의 민생고를 헤아리지 못한 점 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통령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에 문제 제기한 의원들을 포함해 국정을 책임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수석은 “청와대는 언제나 귀를 열고 의원들의 고언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에 머무는 동안 이런 방식으로 문제 제기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청와대 조직 개편 및 차관급 인사의 시점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된 뒤인 ‘12월 이후’로 잡았다.
홍 대표는 5일 트위터에 “한국 대통령은 당선 후 2개월이 되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길가다 넘어져도 대통령이 돌을 치우지 않아 그런다”고 꼬집었다.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의원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지에 쇄신의 주제와 방향을 맞춰야 한다”면서 “그러나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나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는 사람 모두 현 사태를 함께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청 갈등 양상은 5년 전 노무현 정부 말기와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정부 여당은 그해 11월 정국 교착 상태를 해소하겠다며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거부했다. 그 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당정 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각을 세웠다. ○ 중앙당 폐지안 갑론을박
한나라당은 7일부터 당 차원의 쇄신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홍 대표는 중앙당을 폐지하는 쇄신초안을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중앙당 폐지안의 취지는 “평소에는 철저히 원내 중심으로 운영을 하되 선거철엔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의 미국식 저비용 고효율 정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여주기 좋은 전시성 이벤트”(원희룡 최고위원),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앙당 폐지보다 우선이다”(유승민 최고위원)라는 등 지도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나왔다. 아울러 김문수 경기지사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미래한국국민연합 창립 1주년 기념 지도자 포럼에 참석해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쇄신”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쇄신 논란이 대권주자들의 조기경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대통령 사과 및 국정기조 전환’ 요구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25명 :: 남경필 원희룡 임해규 정두언 구상찬 김동성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태원 박민식 성윤환 신성범 유재중 이상권 이진복 이한성 정태근 조원진 조전혁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 당청 쇄신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말말 ::
△홍준표 대표=“한국 대통령은 당선 후 2개월이 되면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길 가다 넘어져도 대통령이 돌을 치우지 않아 그랬다고 비난할 정도로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자리를 왜들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네요!”(5일 트위터) △원희룡 최고위원=“부자정당 구태정치 국민을 가볍게 보는 오만과 일방적인 머릿속 사고와 행동을 바꿔야 한다.”(6일 트위터) △강승규 의원=“당 청와대 정부가 모두 자기비판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를 깊이 헤아리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해나가야 한다.”(6일 트위터) △안형환 의원=“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당의) 창조적 자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6일 홈페이지) △윤상현 의원=“민생법안 처리에는 관심이 없고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야당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쓴소리도 없나.” (5일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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