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견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우려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정부는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5개 부처 차관보급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브리핑을 열고 서울시의 의견 제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광역 자치단체장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지 하루 만에 관계 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반박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미 FTA 내용을 왜곡하는 내용들이 누리꾼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고 야권이 이를 활용해 FTA 반대 홍보전에 나서는 만큼 정부도 더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 적극 해명에 나선 것.
한미 FTA가 발효되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통한 제소가 크게 늘어 서울시가 물어내야 할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ISD의 피소 당사자는 국가”라며 일축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치가 피소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배상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중앙정부가 나중에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ISD는 발동 요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고 한미 FTA와 관련된 모든 조치가 소송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공공정책과 규제가 합리적이라면 ISD를 제기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전, 가스공사의 외국인 지분제한 규제가 필요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도 FTA에 포함돼야 한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 “두 회사에 대해 외국인 지분제한을 명시하고 있어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없다”고 밝혔다. 또 전기, 가스 부문에서는 외국업체를 차별할 수 있고 외국인이 경영권을 갖는 데도 이미 제한을 뒀기 때문에 공공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계 대기업슈퍼마켓(SSM)이 한국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1988년부터 유통시장을 개방했는데, 한미 FTA로 처음 개방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서울시 의견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 월마트가 국내 대형마트와 유럽계인 테스코(홈플러스)에 밀려 수 년 전에 사업을 접은 마당에 한미 FTA를 계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는 생각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미 FTA에 따른 자동차세 세율구간 축소와 세율 인하로 서울시의 세수 260억 원 감소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미 세수 감소분을 전액 보전키로 합의해 지자체에 이미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일부 개발도상국의 국유화 조치를 근거로 우리나라도 제소를 많이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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