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이 최근 각급 공장, 기업소의 생산계획 초과달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다녀온 영국 교수가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하루에 4, 5건씩 생산목표 초과수행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8일 개천철도국의 초과달성 소식을 보도한 이후 이런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방송은 “경공업 부문에서 ‘함남의 불길’이 세차게 타 번지고 있다”(3일) “신의주 마이신공장에서 최고생산연도 수준을 돌파하고 연간계획을 105.7%로 끝내는 혁신을 창조했다”(6일) “함흥청년전기기구공장이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10월 17일 완수했다”(7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5일 “경공업 부문의 여러 단위에서 10월 인민경제계획을 초과 수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노동신문은 함경남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런 성과에 대만족을 표시하면서 공로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예년에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초과수행 사례를 보도하던 것과 비교하면 그 시기를 크게 앞당긴 점은 이례적이다.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설정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선전효과와 함께 다른 분야에도 초과달성을 독려하려는 목적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북한 매체가 강조하는 분야가 경공업 분야인 점도 주목된다. 이는 주민생활과 직결된 분야인 데다 후계자 김정은의 성과로 포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의 후견인인 김경희가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일련의 성과 초과달성 보도는 선전 목적이지 유의미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북한이 컴퓨터제어선반(CNC)도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평양을 다녀온 헤이즐 스미스 영국 크랜필드대 교수(사진)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도로에 차가 늘고 20년간 버려졌던 유경호텔 공사를 재개하는 등 겉보기엔 나아졌지만 여전히 물물교환에 의존하지 않으면 평양시민조차 기아에 내몰리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일성대에서 지진공학을 가르치던 남편을 따라 1998∼2001년 평양에 거주했던 스미스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평양시내 가게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북한 사람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물건을 내다팔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