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돌린 朴의장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우윤근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왼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이 ‘치킨게임(Chicken Game·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7일 ‘김밥 의원총회’를 통해 한미 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한나라당은 야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대국민 홍보전에 들어갔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쇄국주의에 빠져 안으로 위축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를 국민은 엄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당은 원내대표 간 합의를 번번이 묵살하고 당론을 앞세우고 있다. 의회민주주의 확립에 동참하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을 상대로 국익을 챙기라고 촉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한나라당이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당당히 나아갈 수밖에 없는 고충을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며 비준안 처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민주당은 ISD 폐기를 거듭 요구하며 한나라당과 평행선을 달렸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ISD 재협상 의사를 피력했다”며 “국가 간에 남는 것은 문서인 만큼 ISD 폐기 재협상을 시작한다는 양국간 합의를 장관급 이상이 서명한 문서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희망은 살아있지만 한나라당 의총 결정은 민주당의 요구를 묵살한 동문서답이고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비판했다.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야 협상파 의원들은 이날도 수시로 접촉하며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 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비준안의) 실력저지라는 건 의회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신중해야 한다. 몸싸움이 일어나면 저는 그 가운데서 3000배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비준안 합의 처리를 요구하며 13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민주당 내에서 점차 협상과 타협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등 여야 협상파 의원들로 구성된 ‘6인 협의체’는 한미 장관급 서면합의를 받아오는 것을 민주당의 최종 요구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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