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오른쪽)이 21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통영의 딸’ 신숙자 씨의 남편 오길남 박사를 만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방한 중인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1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북한에 억류돼 있는 ‘통영의 딸’ 신숙자 씨의 남편인 오길남 박사를 만났다. 이번 만남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준비하는 다루스만 보고관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1시간 40분 동안의 비공개면담에서는 오 박사 가족의 방북과 단독 탈출, 가족의 잔류 경위 등에 대한 문답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 박사는 자신의 책 ‘잃어버린 딸들 오혜원·규원’을 다루스만 보고관에게 전달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이날 김의도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과도 만나 신 씨 문제를 협의했다. 그는 이어 외교통상부와 법무부, 하나원(탈북자적응시설) 등을 방문한 뒤 25일 기자회견에서 유엔의 공식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오 박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엔 차원의 특사가 북한에 가서라도 가족을 데리고 오면 좋겠다”며 “가족의 재결합이 가능하도록 계속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요덕수용소 출신의 김태진 씨(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는 “수용소에서 ‘서독집’이라고 알려진 신 씨를 목격한 탈북자가 나 말고도 5명이나 더 한국에 있다”며 “증빙자료가 명확한 만큼 북한은 지금이라도 신 씨 모녀를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최근 오 박사와 함께 독일, 미국을 다녀온 하태경 사단법인 열린북한 대표는 “두 나라 정부 모두 협조를 약속했고,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차후 미국과 북한 당국간 면담이 이뤄지면 이 문제를 꼭 거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ICNK는 신 씨 사건을 알리기 위해 통영에서 임진각까지 진행 중인 국토대장정의 종료일(12월 10일)에 맞춰 서울과 일본에서 대규모 북한 규탄 집회도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청원접수처는 18일 ‘통영의 딸 구출운동’을 펼치고 있는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측과 면담을 갖고 신 씨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했다. 청원접수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신 씨 사건을 잘 알고 있고 해당 부서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이미 지시한 상태”라며 “어떤 부서가 맡는 것이 타당한지 몇 주 안에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고 ICNK 측은 전했다.
유학생으로 독일에 거주하던 오 씨 부부는 1985년 북한 요원의 공작에 의해 두 딸과 함께 북한으로 넘어갔고, 이듬해인 1986년에 남편 오 씨만 남한으로 넘어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