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한나라 14번째 생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창당 14주년 기념식에서 우수 당원협의회 시상식 등을 마친 뒤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이 대부분 빠져나가자 어색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이 21일 창당 14주년을 맞았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날 행사에는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의원 50여 명과 당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그나마 절반 정도는 행사 도중 빠져나갔다. 한나라당은 169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다. 하지만 ‘잔치’ 분위기는커녕 당의 진로에 대한 위기감이 창당 기념식장을 에워쌌다.
홍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인사말에서 “14년 동안 변화와 쇄신, 혁신을 해 왔지만 또다시 국민들이 요구하는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한다”며 “미래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바로 당을 재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고 나면 쇄신연찬회를 열어 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또 국민의 재신임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도록 하겠다”면서 “전부 한마음이 돼 국민의 재신임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어떤 구상을 내놓을지, 또 그 구상이 각 계파의 지지를 받으며 관철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일단 당의 쇄신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개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조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구상하는 것으로, 당내 쇄신파들의 주요 개혁 타깃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조하는 ‘정책의 변화’는 결국 청와대와 정부의 혁신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을 관철하는 모습 자체가 의원들이 바라는 당의 혁신안 중의 하나”라고 했다.
당의 재편과 관련해선 주요 당직자 교체, 중앙당사 폐지, 공천 및 새 인물 영입 방안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등 주요 대선주자들의 전진배치 방안 등도 거론된다.
박 전 대표는 일단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진로와 내년 총선 공천권 행사 등과 관련해 홍 대표에게 반대하는 세력도 적지 않다. 홍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편 필리핀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창당 14주년 기념식에 보내 “한나라당은 지난 14년간 대한민국 선진화의 큰 포부를 안고 역사의 거센 도전을 헤쳐 왔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처한 환경은 결코 쉽지 않고 우리 앞에 놓인 과제 또한 적지 않다”면서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할 일을 해간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창당 기념식과 함께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선 친박(친박근혜)계 3선의 김학송 의원이 전국위원회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장은 재선의 김정훈 의원과 충남 당진 김동환 당협위원장을 부의장으로 지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