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사진)가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는 충남 예산-홍성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선진당은 ‘선(先)대책, 후(後)비준’ 당론을 정했지만 (여야 대치 장기화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5월 당 대표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한미 FTA 대책을 진두지휘해온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대책 마련이 시간적으로 어려운 현 시점에서 한미 FTA는 우선 비준돼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성실하게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선대책, 후비준’이란 당론을 관철해 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18일 의총에서도 “선대책을 촉구하는 부대의견을 조건으로 비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내년 대선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표는 5월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쭉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고심해 왔다고 한다. 선진당의 지지 기반이 약화되는 데다 야권이 통합을 통해 단일대오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는 등 보수진영의 정권 재창출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주자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선 지역구를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지역주의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벌써부터 이 전 총재가 ‘대(大) 중도신당론’을 전파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도 ‘총선 불출마가 정계은퇴로 이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정계은퇴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그의 선택이 심대평 대표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심 대표가 최근 당과 전혀 상의 없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안 협조를 구하기 위해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일을 불쾌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촌과 농민을 살리지 못하는 한미 FTA는 결코 비준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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