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29일 개막한다. 다음 달 1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는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변모한 한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그동안의 세계 원조에 대한 질적 전환을 꾀하는 회의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 신흥국 부상과 南南 협력
지금껏 원조의 중심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인 선진국 그룹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 개발도상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현재 신흥국들의 대외 원조 규모는 OECD, DAC 회원국 원조 총액의 약 30%인 400억 달러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선진국의 공여 잠재력이 줄어드는 사이 신흥국이 그 격차를 좁히면서 조만간 50% 수준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원조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신흥국들이 대외 원조를 자국의 경제이익과 자원외교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한 중견 외교관은 “중국의 원조 프로그램이 끝난 자리에 남는 것은 그 나라에 눌러앉은 중국인뿐이라는 한탄이 나올 지경”이라며 “이런 식의 원조 프로그램에 피로감이 늘면서 원조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을 맡은 한국의 역할이 주목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국은 2009년 DAC에 가입함으로써 수원(受援)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개발 경험을 나눠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선진국-개도국) 협력’은 물론이고 ‘남남(개도국-개도국)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삼각협력(남남협력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의 파트너십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새마을운동 원조모델’ 전수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2006년 국민순소득(GNI)의 0.05%(4억5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0.12%(11억6700만 달러)로 늘었다. 한국은 ODA 비율을 2012년까지 0.15%, 2015년까지는 0.25%로 늘릴 방침이다. 그래도 DAC 회원국 평균인 0.31%보다 낮다.
원조액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경험을 살려 수원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원조를 한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마을운동 원조모델’이다. 이를 위해 새마을운동의 핵심요소인 지도자 양성, 생활환경 개선, 농촌경제 발전을 중심으로 ODA를 추진한다. 현재 라오스, 르완다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한번 원조를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수원국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를 철저히 하는 것도 한국형 ODA의 특징이다. 대표적 사례가 미얀마에 건설 중인 아동병원이다. 정부는 이 병원 의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선진 의료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배운 기술을 현지 의사들에게 다시 전파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1950년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미국 미네소타대가 주도한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선진 의료기술을 접한 것이 현재 한국 의료의 기틀이 됐다”며 “한국도 같은 형태로 개도국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상급 14명 포함한 3500여 명 방한
이번 행사에는 160여 개국 고위 인사와 70여 개 국제기구 대표 등 3500여 명이 참석한다. 공식 개막식에 앞서 27일 주요 인사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당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양성평등과 개발’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던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막판에 국내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 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5년까지 전 세계의 빈곤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을 국제사회에 촉구할 예정이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9일 ‘아프리카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포럼에 참석한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내전과 학살의 상흔을 딛고 개발 원조의 성공모델이 된 르완다의 사례를 소개하고, 팔레스타인 출신의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는 총회 개막식에서 어린이 교육에 관한 기조연설을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