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개최한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에서 제기되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비롯한 ‘부자 증세’ 정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증세 문제에서 당 지도부나 쇄신파와 생각이 다르다”면서 “세금을 늘리는 일은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세제 체계를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세제가 누더기라고 하는데 인기영합적으로 세제를 개편할 경우 국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조만간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동안 민생예산 증액과 관련해 행보를 같이했던 홍준표 대표, 쇄신파와는 의견이 다른 부분으로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소득 양극화 심화에 대한 치유책으로서 ‘부자 증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득세 최고구간에 대한 추가감세(세율 인하)를 반대하며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악화된 재정 건전성 회복에 도움이 되고, 확대된 계층 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정부의 여력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국가재정 운용계획의 핵심인 조세 개편은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하며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도 그 속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
박 전 대표 측 인사는 “주식이나 골동품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나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사각지대 개선 등 세제 정상화를 위해 선행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도 “복지 재원조달 차원에서 검토되는 증세 문제는 국가 정책에 대한 구상이 끝난 다음 이뤄져야 하고, 비과세 감면제도 축소와 세출 구조조정이 증세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과학기술에서 국가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과학기술이 새 수요, 새 시장, 새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할 것”이라며 과학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내세워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고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더 많이 채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국정운영이 과학기술 중심이어야 한다”면서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 간 융합과 각 부처에 혼재돼 있는 과학기술을 통합, 조정하기 위해 과학기술 전담 부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 통폐합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부활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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