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불공정한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만큼 사법부가 판단해봐야 한다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올린 것을 계기로 법원이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안에 동의하는 판사가 100명이 넘으면 대법원장에게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청원하겠다’는 글을 올린 지 불과 6시간여 만에 실명으로 찬성한 법관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자제를 요청하는 고법 부장판사도 나오는 등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43·사법시험 32회)는 이날 게시판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이 한미 FTA 전문을 읽고 만든 방송프로그램 ‘을사조약이 쪽팔려서’를 봤다. 기획 의도나 토론자 성향을 고려해도 한미 FTA에 독소조항이 있다”고 썼다. 또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와 ISD 조항에 대한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사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은 아니다.
이날 찬성 법관 수가 100명을 넘어서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49·사법시험 25회)가 나서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 법을 적용해 심사하는 기관”이라며 “이런 논의는 부적절하니 신중해 달라”는 댓글을 올렸다.
한편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42·사법시험 33회)는 2일 대법원 고위 간부의 만류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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