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날 선관위 홈피공격 범인, 알고보니 국회의원실 직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13시 32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자의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킨 주범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투표율이 낮으면 야당 측에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 있었던 상황에서 여당 의원실 직원이 선관위 홈피를 공격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 의원실 수행비서 K(27)씨와 실제로 공격을 진행한 IT업체 관계자 3명을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K씨 등은 보궐 선거일이었던 지난 10월26일에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DDoS 공격을 가함으로써 선관위 홈페이지를 약 2시간 동안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붙잡힌 IT업체 대표 G모씨(25) 등 3명으로부터 같은날 박 후보자의 홈페이지 '원순닷컴'도 공격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보궐선거 날 선관위 홈페이지의 외부 접속이 차단됐던 시점은 오전 6시15분~8시32분으로, 당시 투표소 변경 여부를 확인하려던 상당수 야당 성향의 젊은 직장인들이 이 때문에 투표에 지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의혹이 앞서 불거졌었다.

원순닷컴은 당시 오전 1시47분부터 1시59분까지 1차 공격을, 오전 5시50분부터 6시52분까지 2차 공격을 받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조사결과 K씨는 최 의원실의 9급 수행비서로 운전과 자료수집 등 각종 잡무를 수행하던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선거 전날인 10월25일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운영 중인 G씨에게 전화해 공격을 요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필리핀에서 체류 중이던 G씨는 한국에 있는 같은 회사 직원 두 명에게 지시해 실제 공격과 진행 과정 점검을 수행하도록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당 의원 등 윗선의 지시 여부를 조사 중이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공격을 시행한 G씨 등 공범 3명은 혐의를 시인했으나 공격을 지시한 K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범인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인터넷만 활용하는 등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면서 "계좌추적과 이메일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 중인 단계로 해당 의원 등 윗선과 연결 가능성을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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