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靑, 여론 수렴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임기말 대통령 겨냥’ 우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한 7일 청와대는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기자들에게 “당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 지켜보자”는 짤막한 반응만 남겼다.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정무라인 참모들은 한나라당 급변 상황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 분야 여론 주도층의 견해를 듣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의 긴장은 당내 쇄신파와 비주류가 앞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공세를 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4, 5년 전 열린우리당 해체 때 벌어진 집권당의 ‘노무현 때리기’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 참모는 “5년 전에도 그랬고 5년 뒤에도 반복될 것이다. 5년 단임제에서 힘 빠진 임기 말 대통령을 공격해 살아보려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12월 국회가 해결해야 할 민생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까지는 ‘홍 대표-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가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의 즉각 퇴출보다는 사후 수습을 위한 한시적 유지에 힘을 실어준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14일 시작되는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2040세대의 고통을 반영한 민생정책 방안을 공개함으로써 5년차 국정플랜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새 대통령실장 임명을 연말 예산안 처리시점에 맞추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홍 대표 체제가 불과 4개월 만에 난파선 신세가 되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홍 대표가 특유의 돌파력으로 당의 분란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갈등을 헤쳐 나가기를 기대하는 청와대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홍 대표는 친이(이명박)계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소장쇄신파의 지원을 받았던 만큼 ‘청와대의 원격 조종’이란 비판을 받지 않은 채 나름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나라당의 목소리를 청와대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당청 관계가 유지돼 왔지만 돌발변수가 잇따라 터지면서 홍 대표 체제는 정국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될 상황에 몰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중앙선관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관계자 연루 등 초대형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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