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한 7일 청와대는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기자들에게 “당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 지켜보자”는 짤막한 반응만 남겼다.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정무라인 참모들은 한나라당 급변 상황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 분야 여론 주도층의 견해를 듣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의 긴장은 당내 쇄신파와 비주류가 앞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공세를 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4, 5년 전 열린우리당 해체 때 벌어진 집권당의 ‘노무현 때리기’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 참모는 “5년 전에도 그랬고 5년 뒤에도 반복될 것이다. 5년 단임제에서 힘 빠진 임기 말 대통령을 공격해 살아보려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12월 국회가 해결해야 할 민생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까지는 ‘홍 대표-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가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의 즉각 퇴출보다는 사후 수습을 위한 한시적 유지에 힘을 실어준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14일 시작되는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2040세대의 고통을 반영한 민생정책 방안을 공개함으로써 5년차 국정플랜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새 대통령실장 임명을 연말 예산안 처리시점에 맞추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홍 대표 체제가 불과 4개월 만에 난파선 신세가 되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홍 대표가 특유의 돌파력으로 당의 분란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갈등을 헤쳐 나가기를 기대하는 청와대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홍 대표는 친이(이명박)계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소장쇄신파의 지원을 받았던 만큼 ‘청와대의 원격 조종’이란 비판을 받지 않은 채 나름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나라당의 목소리를 청와대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당청 관계가 유지돼 왔지만 돌발변수가 잇따라 터지면서 홍 대표 체제는 정국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될 상황에 몰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중앙선관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관계자 연루 등 초대형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