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3인의 집단사퇴를 촉발한 이는 친박(친박근혜)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이다. 유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 직전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에게 연락해 자신의 결심을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의 사전 논의는 없었고 친박 인사 대부분이 몰랐을 만큼 전격적이었다.
그동안 홍준표 체제의 운명은 유 최고위원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많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원 최고위원이 줄곧 동반 사퇴를 요청했지만 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결단 전 내 입으로 먼저 사퇴를 말할 수 없다”며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의 최대 주주인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무책임하게 물러날 순 없다는 것이었다.
유 최고위원은 7·4전당대회 전부터 ‘박근혜 당 대표론’을 주장해왔고 10·26 재·보선 이후에는 박 전 대표에게 이를 몇 차례 건의했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당권-대권 분리는 맞수가 있을 때나 유효한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당당하게 당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한 측근은 “오늘 유 최고위원의 사퇴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읍소”라고 말했다.
친박 진영에선 “성급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나설 준비를 하기 위해 예산안 처리까지는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성헌 의원은 “최고위원이 개인적인 자리가 아니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오랜 기간 최측근으로 있던 유 최고위원이 ‘탈박(脫朴)’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친박 일각에서는 필요한 소신 행동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