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한국정치 ‘대공황’ 덮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한나라 최고위원 3명 사퇴… 재창당 쇄신 논의
민주 11일 당 해체 전대… 내달 야권통합 시도
총선 앞두고 1, 2당 해체 초유의 위기 현실화… 홍준표-임태희 긴급 회동

재신임 받았지만… 한나라당이 최고위원 3명의 집단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재신임 받았지만… 한나라당이 최고위원 3명의 집단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내년 4·11총선을 4개월 앞두고 ‘대공황(大恐慌)’이 정치권을 덮쳤다. 민주당이 11일 당 해체를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체제가 7일 사실상 무력화됐다. 총선을 앞두고 원내 제1, 2당이 동시에 당 해체 직전의 위기에 내몰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야권통합 움직임에 이어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체제를 흔든 사람은 사실상 당의 ‘주인’인 친박(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최고위원이었다. 유 최고위원은 7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그동안 지도부 사퇴, 당 해체, 재창당 등의 극약처방을 주장해온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곧바로 뒤를 따랐다. 7·4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지도부 중 홍준표 대표와 원외인 나경원 최고위원만 남게 되면서 ‘식물 지도부’가 된 것이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지만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며 즉각 사퇴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재창당할 수 있는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며 당 쇄신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당을) 해산하고 재창당할 수도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 갈 수도 있다”며 재창당 방안을 설명했다.

이어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 3명의 전격 사퇴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과 함께 홍 대표에 대한 재신임 의견이 많아 일단 홍 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외합동연찬회에 이어 다시 재신임을 받으며 위기를 넘기긴 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정책 쇄신과 당 쇄신을 병행해 추진하자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저녁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만나 당의 진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홍 대표 체제의 시한부 연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당장 3명의 최고위원은 사의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 진영도 홍 대표 체제의 존속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퇴 결정)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고 사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박 전 대표와 미리 상의하면 박 전 대표가 시켜서 (사퇴)한 것이 되기 때문일 뿐이었다”고 말해 자신의 뜻이 박 전 대표의 의사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유 최고위원의 사퇴 소식을 듣고 주변에 “당이 워낙 어려운 것은 맞다. 좀 지켜보자”고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박 전 대표 역시 당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대표 체제가 연말 예산국회를 넘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 속에 2004년 17대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대표직을 맡아 ‘탄핵역풍’에서 한나라당을 구해냈던 박 전 대표는 7년 만에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할 처지다. 이번에는 정치권 전체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됐다.

민주당은 11일 전대 이후 손학규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이르면 내년 1월 8일 혁신과통합 등 당외 세력과의 통합을 시도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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